인터뷰…공감

[인터뷰… 공감]인니 국립박물관서 '한국의 DMZ 평화생명의 땅'展 가진 인천 출신 최병관 사진가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느낌' 전달… 사진 한 컷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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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 작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유서 깊은 국립박물관 전시를 역사에 남을 만한 전시로 준비했고,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현대 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맑은 미소와 열광적인 관람 문화로 호응해 주었다"고 말했다.

#'케이-포토' 신조어 만든 화제의 전시회

하루 1천명 방문 현지 예술감성 남달라 눈물도
사람 감동시키는 '만국 공통 시각언어'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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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수도·자카르타)는 세계 4위의 인구와 방대한 영토를 보유했다. 

 

약 430년 동안 네덜란드의 식민지를 거쳐 1945년 독립을 이루었다. 아세안(ASEAN)의 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일본의 최대 규모 차관 공여국이기도 하다. 

 

일본은 인도네시아 투자에 적극적이며,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자동차, 부품 산업을 중심으로 대인도네시아 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 

 

때문에, 인도네시아 도로는 일본 차들이 점령했으며, 공산품도 일본산이 많다. 그에 반해 우리 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더딘 상황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케이-팝(K-POP)' 등 문화로 인도네시아에 다가서고 있다.

인천 출신 사진가이며, 'DMZ(비무장지대) 작가'로도 유명한 최병관(69)의 사진전 '한국의 DMZ 평화생명의 땅'이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20일까지 자카르타 중심부에 있는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에서 개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홍보문화원, 인도네시아 교육문화부가 주최하고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대사관,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이 주관한 전시회에는 작가의 대표작인 '평화의 꽃을 피워주세요'와 '자유의 다리', '노송의 침묵' 등 주제에 맞춰 엄선된 작품과 신작을 포함해 75점의 사진이 출품돼 관람객과 만났다.

전시 기간 하루 평균 1천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현지 언론 매체 10여 곳에서 작가 인터뷰를 했다. 

 

또한, 재인도네시아 미국문화원은 현지 대학생 300명을 초청해 작가와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처럼 전시회는 인도네시아에 '케이-포토(PHOTO)'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등 다양한 화제를 뿌렸다.

이번 전시회의 큰 성공은 오는 9월 9~13일 자카르타에 있는 '주 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의 초대전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아세안 10개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전시회가 이어지는 것이다.

수십 년째 매일 거르지 않는 출사(出寫)와 함께 주 아세안 대표부 전시 준비로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는 최병관 작가를 지난 19일 인천 소래포구 인근 작업실에서 만났다.

 

 

전시회가 막을 내린 지 한 달 정도 지났지만, 작가의 마음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받은 감상들이 잊히지 않는 듯했다.

"지금까지 해외와 국내 통틀어 45회에 달하는 개인전을 가졌지만, 이번처럼 큰 울림을 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관람객들은 작품 하나하나 열심히 봐 주셨어요.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예술 감성이 남다르다는 걸 느꼈죠. 현대 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모습이랄까요. 국립박물관이다 보니 입장료가 있는데도 하루에 1천 명 정도가 입장해 그중 70% 정도는 사인을 받아 갔고, 60% 정도는 기념 촬영을 요구했어요. 하루에 5~6명 정도는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셨습니다. "

그는 시각 언어로 정의되는 사진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도 했다.

"전시회를 통해 '사진 예술은 세계 공통 시각 언어'라는 걸 느꼈습니다. 사람을 감동시키고 기쁨과 슬픔 등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사진임을 재차 확인한 거죠. 사진 한 컷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느낌을 전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글을 읽지 않는 요즘 세대의 모습과 교차하면서 사진의 힘과 역할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최 작가의 집안은 15대째 인천 소래에서 살고 있다. 그는 어머니의 모습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고향을 남기기 위해 32세에 독학으로 공부 후 사진가의 길을 걷고 있다.

"어머니가 45세 되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제가 7남매 중 막내였는데, 어머니는 홀로 7남매를 번듯하게 키워내셨죠. 사진을 시작한 후 어머니의 삶과 고향을 집중적으로 찍으면서 '향토사진가'로 불렸죠. 20~30년 전에 찍은 갯벌이나 포구, 염전은 대부분 개발이 돼서 사라지고 없어요. 2002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상복을 벗고 마지막 가시는 길의 '효도'라고 생각하고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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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 같은 보정 안하는 걸로 '유명'

그럴 이유없어… '자연 그대로' 모습 담기 노력
끊임없는 실험·독학으로 '나만의 구도·색' 탄생

'사진가 최병관'은 포토샵 같은 보정을 전혀 안 하는 걸로 유명하다. 

 

평소 그는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카메라 딱 한대만 가지고 다닌다.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서 자연과 부딪칠 때 생기는 빛깔을 사진가가 만든 구도와 색으로 사진이 탄생합니다. 끊임없이 실험하고 연구해서 나온 작품입니다. 정식 교육을 받았다면 이렇게 저만의 사진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는 소래에서 태어나고 자란 게 사진가로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고향에 대한 애착이 컸어요. 바다가 가까워서 사진 찍기 좋아요. 영흥도와 대부도, 영종도도 쉽게 갈 수 있는 등 지리적으로 좋고요."

최 작가는 2004년 일본 도쿄사진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가졌으며, 2010년 뉴욕 UN본부에서 'DMZ'를 주제로 사진전을 개최했다. 

 

지난해 2월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전시회를 강릉에서 여는 등 이번 인도네시아 전시회까지 45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시인으로도 등단(1994년)한 그는 지금까지 26권의 사진집, 4권의 포토에세이, 3권의 포토시집을 출간했다.

"1991년 '내가 살아온 인천' 전시부터 조금씩 제 작품이 알려졌어요. 1995년 육군사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 '오래 머물고 싶은 화랑대'를 거쳐 민간인 최초로 DMZ에 들어가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서쪽 말도부터 동쪽 해금강까지 249㎞를 3회 왕복하며 찍은 DMZ 사진들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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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 작가가 슬라이드 필름에 담긴 DMZ 사진을 보면서 촬영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한번 더 DMZ에 가서 사진 촬영을 한다면

남쪽에서 북쪽 바라보고 찍은 '절반'의 작품들
북쪽으로 들어가 온전히 이어지는 작업 하고파

작가에게 한번 더 DMZ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다면 무엇을 담고 싶을지에 대해 물었다.

"제가 찍은 사진은 DMZ 남방한계선 통문을 통해 들어가서 남쪽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찍은 것들이에요. 절반만 찍은 것이죠. 또 간다면 북쪽으로 들어가서 남쪽을 찍고 싶어요. 그래야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죠. DMZ가 이어지는 그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작품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면 새벽이나 한밤중, 눈이 오거나 비바람이 불어도 카메라를 들고 나간다는 최 작가가 찍은 사진 분량은 컷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전체 저작권료로 따지면 1천억원대로 추정된다. 최 작가는 이 같은 방대한 자료들이 인천시민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수년 전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있는 지자체에서 제 사진 자료들로 DMZ 자료관을 만들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하지만 고사했습니다. 고향인 인천에도 강화와 교동 등 접경지역이 있는데, 타지로 가는 게 내키지 않았죠. 제가 살아 있을 때 인천시나 지자체 등에서 의지를 갖고 추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최병관 사진가는?

사진가이며 시인이다. 

 

국외에선 미국 뉴욕 UN본부, 하와이시립미술관, 일본 도쿄사진미술관, 아오모리현 핫코다마루미술관,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 독일 베를린 등에서 15회의 초대 개인전을 여는 등 국내외에서 45회 사진전을 개최했다.

26권의 사진집, 4권의 포토에세이, 3권의 포토시집을 출간했다. 그중 '휴전선155마일 450일간의 일기'와 '어머니의 실크로드'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어린이 책 '울지 마 꽃들아'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됐다. 

 

대통령표창, 외교통상부장관상, 인천광역시문화상(미술부문), 인천환경인대상, 디엠지문화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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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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