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미사일 발사 약속위반 아니지만, 북미관계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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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약속 위반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약속 위반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한미연합 군사훈련 종료 시 발사 중단'을 약속한 상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김 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좋은 관계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며 '여지'를 뒀다.



북한의 추가 행동에 따라 미국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더는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와  '한미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친서 내용대로 실무협상에 빨리 응하라는 대북 촉구성 메시지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백악관을 떠나기 전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김정은이 추가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약속을 깼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백악관이 24일 공개한 발언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 언급 직후에 "그것(매우 좋은 관계)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려고 한다"며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해 각각 "아주 좋은 친구"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명시적으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약속 위반'이 아니라고 거듭 밝히면서 의미 축소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의 친서 약속 위반 부분에는 눈을 감은 것이다.

'약속 위반'임을 인정하는 순간, 재선 가도에서 자신이 내세우고 있는 대북 외교 성과가 빛바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앞선 입장 표명과는 달리 보다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말을 아낀 것을 두고도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한미일간 대북 삼각 공조 균열을 우려하는 미국 내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보낸 친서 내용을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훈련이 종료될 때 이 시험 발사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된 이후 이뤄진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는 '친서 약속'을 깨트린 셈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스탠스는 한미연합훈련 종료에도 불구, 실무협상에 아직 응하지 않는 채 미사일 발사에 나선 북한에 대한 추가 자극을 피함으로써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대북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날린 것은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후 미사일 발사'에도 일단은 현 대북 대응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북한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궤도수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차원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향해 "미국 외교의 독초", "조미(북미) 협상의 훼방꾼"이라며 독설을 퍼부은 뒤 나온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발언을 할 시점에 리 외무상의 담화 내용을 인지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미 조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되는 '관용적 태도'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의 최근 무기 발사에 관용적 태도를 취해왔으나, 전문가들은 평양의 행동에 어떠한 비난도 가하지 않는 워싱턴의 이러한 소극성이 북한으로 하여금 도쿄와 서울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무기들을 연마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로 인해 북미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더욱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리 외무상의 독설과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를 거론, "북미간 핵협상의 조기 재개 전망을 어둡게 한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에 "핵 협상 재개에 앞서 대미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는 게 많은 분석가들의 의견"이라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도 "북한의 추가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협상 전망에 구름을 드리웠다"고 진단했다.

/손원태기자 wt2564@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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