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상고심, 뇌물액수 주목…이재용 '실형vs집유' 기로

뇌물액 늘면 집행유예 어려울 듯…최소 징역 3년9개월 형량 관측
경영권 승계 현안·'재산국외도피' 고의 인정여부도 쟁점
박근혜 전 대통령 주요 공소사실에 대한 최종 판단

연합뉴스

입력 2019-08-25 10: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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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달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최종적 사법 판단으로 볼 수 있는 상고심 판결이 오는 29일 내려진다.

이 판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요 공소사실에 대한 마지막 판단이 될 뿐 아니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재구속 여부도 가른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인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이 부회장은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이 부회장만 집행유예로 구속상태서 풀려났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는 이들 사이에 오간 뇌물액이 80억원이라고 봤지만,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36억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하면서 세 사람의 운명이 갈렸다.

엇갈린 2심 판결을 받아 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종 인정한 뇌물 액수에 따라 이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아 다시 구속되거나, 아니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마치는 상반된 결과를 맞게 된다.

◇ 정유라 '말 구입액' 뇌물액 인정되면 실형 불가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액이 달랐던 이유는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말 3마리를 제공한 행위가 뇌물 및 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각 2심 재판부의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당초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모두 말들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이전됐다고 판단해 말 구입액 34억원이 뇌물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최씨가 말을 실질적으로 소유한다는 인식은 했지만, 형식적인 소유권은 삼성이 가지고 있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말 구입액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산정이 불가능한 '말 사용료'가 뇌물액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은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석방될 수 있었던 요인이 됐다.

이 부회장의 2심에서 말 구입액 34억원이 뇌물액에서 제외됐고, 이 부회장이 건넨 뇌물액은 코어스포츠에 제공한 승마지원 관련 용역비 36억원만 인정됐다. 뇌물액에 따라 이 부회장의 횡령액도 36억원으로 줄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 중 법정형이 가장 낮은 혐의가 적용돼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특가법상 횡령죄는 횡령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땐 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으로 처벌한다.

따라서 횡령액이 50억원 미만이면 최저 징역 3년의 선고가 가능해 양형기준에 따른 작량 감경, 다른 범죄와 함께 선고하는 경합범 가중 절차를 거치더라도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하는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최저형이 징역 5년이어서 작량 감경과 경합범 가중을 거치면 징역 3년 9개월 이상을 선고해야 한다. 집행유예 선고가 안되는 형량이다.

만약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을 뒤집고 말 구입액을 산정할 수 있는 뇌물액이라고 판단하면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최소 70억원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파기환송을 거쳐 다시 1심 때처럼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진다.

◇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현안' 인정 여부도 쟁점…삼바 수사가 변수

삼성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최씨가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총 16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에 대한 판단도 주목된다.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됐다가 2심에서 무죄가 인정된 혐의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측에 부정한 청탁을 할 일도 없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원은 이 부회장의 총 뇌물액은 물론 총 횡령액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삼성그룹에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다는 2심의 판단은 삼성그룹의 경영 현실을 외면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심 판결 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앞두고 제일모직 자회사 격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2심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앞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벌어졌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고, 관련 단서를 속속 찾아내는 상황이다. 분식회계 의혹을 덮기 위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은 이미 수사를 마치고 연루자들을 기소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회계 부정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당시 삼성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했다는 정황이 존재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다'는 2심 판단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심처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하면 말 구입액이 뇌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이 부회장의 총 횡령액은 52억원으로 늘어나게 되고, 법정형 하한도 5년으로 높아진다.

◇ '재산국외도피' 유·무죄 판단도 양형에 영향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가 2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은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한 판단도 관심사다. 이 부회장이 허위로 지급신청서를 은행에 제출해 회삿돈 37억원을 최씨 소유인 코어스포츠 명의 독일 계좌에 송금했다는 혐의다.

1심은 "국내 거주자인 삼성이 국내 비거주자인 코어스포츠에 준 것으로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자본거래 신고가 필요한데도 신고하지 않았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송금한 행위가 도피에 해당하지 않고, 이 부회장 등에게 도피의 범죄의사도 없었다고 보인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최씨에게 뇌물을 공여하려는 의도에서 코어스포츠 계좌에 송금한 것일 뿐 국내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킨다는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최씨가 송금된 돈을 독일에서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 부회장이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코어스포츠 명의 독일 계좌에 돈을 송금하면서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송금 명목으로 회사 내부 품의절차를 거치고, '컨설팅 서비스'를 지급사유로 하는 허위의 지급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도피의 고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2심의 무죄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면 이 부회장의 형량을 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산국외도피죄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범죄 가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