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꽃길은 어디에 있나

김민배

발행일 2019-08-2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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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 가시밭길만 보여
불안한 미래·실업 분노 주기적 반복
로봇·AI발전 일자리 빠르게 사라져
법원, 페북 방통위 과징금부과 취소
일하고픈 청년들 생각한 판결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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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꽃길만 가세요." 하계졸업식이 한창인 대학가에 내걸린 플래카드. 다양한 사진과 문구가 합성된 플래카드로 졸업식 참석을 대신하기도 한다. 취직한 회사를 자랑스럽게 밝히거나 신입사원을 축하하는 회사들도 있다. 청년실업이 만들어 낸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캠퍼스를 한 바퀴 더 돌면서 살펴본다. 그곳에 20대의 고뇌와 희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꽃길을 말하지만 더 험한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입시에 시달렸고, 대학에서도 각종 스펙 쌓기에 골몰했다. 천신만고 끝에 취직을 했다고 해도, 비정규직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과연 언제 정규직이 되어 안정된 인생을 설계할 수 있을지.

제4차 산업혁명시대라면서 온갖 희망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이 어른거린다. 정규직 취업과 결혼, 안정된 가정과 자녀 교육과 같은 기성세대의 일상들이 청년들에게는 일종의 신기루에 가깝다. 기성세대와 체제에 분노하는 이유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이러한 불안한 미래는 도대체 왜 계속되고 있는가. 이 현상을 케이퍼(Keiper)는 불확실성의 체인으로 요약한다. '어떤 것을 상상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일어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것이 일어난다고 해도, 상상했던 방식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아니다. 상상했던 것처럼 그것이 일어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혹은 예상치 못한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케이퍼의 주장처럼 불안한 미래와 실업을 둘러싼 분노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 역사는 섬유생산의 기계화와 중앙집권화에 반대해 일으켰던 영국의 산업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돌이켜보면 산업혁명도 인터넷도 결과적으로는 우리들의 삶에 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산업의 변화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진행되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다시 로봇·자동화·AI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실업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시나리오는 과연 무엇인가. 인류는 로봇이나 AI의 발전이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점진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반세기처럼 일자리의 생성과 쇠퇴가 반복되면서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로봇이나 AI가 급속히 발전하여,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시나리오가 더 현실적이다. 사라지는 직업들 중에는 고숙련과 저임금 영역은 물론 오랫동안 대학교육을 통해 양성된 전공영역도 포함된다. 당연히 심각한 경제적 혼란과 기존 정치체제의 불신이 증대한다. 로봇과 AI 등을 소유한 자들에게 거대한 부가 집중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극단적인 체제변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AI 로봇 시대가 가져올 불안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들도 제시되고 있다. 대안 가운데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주장도 있다. 현재 핀란드에서 실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로봇이 만드는 미래사회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정책들을 통해 인간이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는 시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미래의 목표는 '완전실업'이라는 클라크(Clarke)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동시에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기본소득 보장과 실업에 필요한 재원을 로봇·네트워크·데이터·자동화 시스템 등에 부가하여 마련해야 한다는 발상과 연계되어 있다. 물론 로봇이나 시스템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자들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산업혁명에서 경험한 것처럼 로봇과 AI에 밀려난 일자리를 되찾을 방법은 없다.

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학기술의 산물에 대해 어떻게 조세를 부과하여, 이를 해결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논의할 때다. 그런데도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페이스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현재 국내의 포털들은 망 사용료를 일부 지불한다. 하지만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유튜브· 넷플릭스·페이스북 등은 이를 회피하여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는다. 꽃길은 아니어도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분노를 생각했다면 이런 판결이 가능할까. 로봇이 인간에게 묻고 있다. 인간은 왜 일하는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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