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이렇게 눈이 부시게 고운 꽃이 있었다는 것을 나도 몰랐습니다
몰랐어요
정말 몰랐습니다
처음이에요 당신에게 나는
이 세상 처음으로
한 송이 꽃입니다
김용택(1948~) |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있으면서도 자신이 볼 수 없는 마음 하나 있다. 이 마음은 내가 헤아릴 순 없지만 타인들이 헤아릴 수 있는 것. 또한 마음먹는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지 않고, 내 속에 있지만 타인의 마음속에 들어차 있기도 하다. 그런 꽉 찬 마음 하나가 내게로 들어오면 꽃을 피우듯이 "내 안에 이렇게 눈이 부시게 고운 꽃이" 활짝 피어난다. 그렇다면 반대로 내가 누군가의 꽃이 될 수만 있다면 그에게로 가 꽃이 되리니. 그러나 마음의 꽃이 된다는 것은, 그 마음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햇빛을 주고, 거름이 되어 주어야 되는 것. 그러는 동안 타인의 마음에 내가 뿌리내리면서 서서히 개화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당신의 꽃'이 되기 위해 내가 타인에게 온전한 '한 송이 꽃'으로 바치겠다는, 무엇보다 강한 신념이 있어야 하리니.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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