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어느 작은 단체의 소통 지혜에 대하여

김정순

발행일 2019-08-2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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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둘러싼 의혹
청문회서 어떠한 결론이 나더라도
언론등 사회갈등 유발 책임 못피해
반면 기자로 활동 발달장애인 '감동'
그 나름의 노력을 우리가 배워가야


수요광장 김정순2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요즘은 TV를 켜고 싶지가 않다.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온통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를 둘러싼 의혹 보도뿐이다. 도무지 뉴스를 보고 싶은 욕구가 안 생긴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넘쳐나는 의혹에 더는 실망감과 허탈감을 맛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엄청난 기세로 미디어를 점령, 국민적 관심사가 돼버렸다. 어쩌면 관심사 수준을 넘어 그야말로 온 나라를 들끓게 하는 분노와 갈등의 기제로 작동하는 것 같다는 말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무더위에 지친 여름의 끝자락을 다시 또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듯해 갑갑하다.

조 후보자에 자격 논란과 의혹은 내달 2~3일 청문회를 통해서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아직 확정단계는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매체는 긴급 여론조사를 통해서 조 후보 반대 여론전까지 가세하는 것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 문제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더 큰 문제는 따로 또 있다. 조 후보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거나 혹은 반대로 의혹 내용과는 다른 결론이 난다 해도 정치권에 대한 이미지 손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점이다. 불신 속에서 국민들이 입었을 상처 또한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조 후보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와 여당, 야당과 의혹 보도에 열을 올린 언론까지도 사회적 갈등 유발에 무죄일 수는 없을 것이다. 불필요하게도 과도한 국민적인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조 후보에 대한 의혹 보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유난히도 길고 힘든 여름처럼 느껴진다. 일본의 경제보복 등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교 관련 복잡하고 무거운 이슈, 조 후보의 의혹에 대한 여야의 대립 등 온통 소통의 부재로 불거진 일이다. 물론 외교 문제는 국가 간 복잡 미묘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소통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무거운 이슈로 얼룩진 무더운 8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얼마 전 한 통의 전화를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가 된다. 전화를 걸어온 용건은 '휴먼에이드'라는 잡지 표지에 자기 사진이 나왔으니 이 잡지를 꼭 사서 보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이유로 잡지 표지에 얼굴이 나왔냐고 물었더니 언론사 기자가 됐다면서 발달장애인 특유의 하이톤에 격앙된 어조로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말해 필자도 함께 크게 웃었지만 실은 깊은 감동으로 한동안 먹먹했다.

사실 이 단체와는 필자가 봉사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고 있는 곳인데, 발달장애인들이 읽기 쉽도록 '쉬운 말로 된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글 취약계층에게는 쉬운 말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런 일들은 발달장애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 주고 일반인들의 편견 불식에 기여한다. 쉬운 말 뉴스 만들기로 고생하면서 그리도 많은 품을 들이더니 어느덧 발달장애인을 기자로 채용할 정도로 성장한 것 같아 놀라웠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발달장애인 취재기자 추가 모집이라는 공고가 눈에 띄었다. 세상에 없던 일이라 더 놀라웠다.

굳이 필자가 이 단체 이름까지 밝히며 소개하는 이유는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편견 속에서 차별받는 이들이 보여준 특별한 소통 능력이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과 다름의 능력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이들의 콘텐츠는 가치가 있어 보인다.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이 취재하고 기사 쓰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지만 뭔가 나름의 소통 능력을 키우며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올여름은 아베의 경제 도발과 복잡 미묘한 국제 관계 속에서 우리 사회의 체감 온도는 더 높고 견디기 힘들었다. 설상가상 법부무장관 후보자의 의혹까지 불거져 불신과 갈등은 증폭되고 사회적 소통 능력은 축소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비록 작은 단체이지만 이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극복한 소통 지혜를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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