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8년 만의 현대차 무파업

윤인수

발행일 2019-08-30 제18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9082901002146900102421

정부가 공식적인 경기지표를 들이대며 아무리 불황이 아니라고 강조해도, 대중들은 집단적인 체감 지수를 통해 불황을 실감한다. 여성들이 감각적으로 반응하고 공감하는 패션분야는 비공식 불황지수의 보고다.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 로더가 발표한 '립스틱 지수'와, 경쟁사인 로레알이 밀고 있는 '파운데이션 지수'가 대표적이다. 불황일 때는 저렴하고 화장효과가 즉각적인 기초화장품이 잘 팔린다는 것이다. 불황 때 여성들의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스커트 지수'는 실제 호황 때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연구결과로 신뢰도가 확 떨어졌다. 이를 '헴라인(치맛단) 지수'가 대체했다. 비싼 실크 스타킹을 드러낼 만큼 치마길이가 짧아지면 호황이고, 스타킹 살 돈이 없어 치마가 길어지면 불황이라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시절 미국에서는 비공식 경기지표가 다수 등장했다. '불법 입국자 국경 체포지수'는 미국 국경을 넘다가 체포된 멕시코 불법 입국자의 증감을 미국 경기의 선행지표로 봤다. 체포 인원이 감소하면 경기가 안좋은 징조라는 것이다. 미국 체류 히스패닉의 본국 송금액이 줄어들면 불황이라는 '이민자 본국 송금지수'나, 불황 때는 라떼 판매가 줄고 레귤러 커피 판매가 늘어난다는 '스타벅스 라떼 지수'도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비공식 불황지수는 익히 알려진대로 '포터 지수'다. 1톤 트럭 포터의 판매량이 경기향방과 자영업자 추이를 보여주는 실물 지표로 활용된지 오래다. 판매량 증가는 불황의 증거다. 포터가 올해 현대자동차의 베스트셀러라니 걱정이다.

그 포터를 만드는 현대자동차 노사가 엊그제 분규 없이 임금단체협상에 합의했다. 대표적인 강성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8년만에 파업을 안한다는 소식을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울산시와 시의회는 "감사하고 환영한다"고 환호했다.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현대차 노조의 영향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조는 무파업 결단 이유에 대해 "한반도 정세와 경제 상황, 자동차산업 전반을 심사숙고했다"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와 화이트 리스트 배제 등도 잠정합의에 이르게 한 요소였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의 무파업 결단을 존중하고 환영한다. 하지만 한국 최강 노조마저도 현재의 경제상황을 우려해 파업을 접었다는 소식의 이면에 심각한 경제불황의 그림자가 어른거려 개운치 않다. '포터 지수'에 이어 '노조파업 지수'도 비공식 불황지수에 포함될 수도 있겠다 싶다.

/윤인수 논설위원

윤인수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