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해바라기

권성훈

발행일 2019-09-03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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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넘는구나 / 빗방울을 뚫는구나



따라 도는 / 꽃 / 읽는 해



가던 / 같이 가던 / 길을 / 앓아 / 동행이냐



장마에 / 꽃잎 더 / 노래지는 / 해바라기야

함민복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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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해가 움직이는 대로 고개를 움직인다는 해바라기는 8~9월에 개화하고, 꽃말은 숭배와 기다림이다. 하나만을 바라보고 그리워하다가 시들어 말라가는 해바라기는 하늘 먼 곳을 향해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그러나 배반과 변절로 얼룩져 있는 우리 사회를 보면 해바라기에게서 숭고미를 느끼게 된다. 해바라기의 절대적인 바라봄은 해를 가리고 있는 '구름' 너머로 비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빗방울'을 맞으며 온 얼굴을 허공에 매달고 있다. 하늘에서 돌고 도는 태양은 자신을 '따라 도는 꽃'을 아는지 그렇게 해바라기를 저녁이 될 때까지 마주 보고. 비록 그 거리는 가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있지만 그러한 해바라기의 마음을 하루 종일 와닿으며 읽고 있는 해. 해바라기와 해는 서로 '같이 가던 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로 비추면서 가는, 말하자면 '동행'과도 같은 것. 당신도 이러한 동행 하나 있다면 어렵고 힘든 세상의 장마에 가려져 있더라도 '장마에 꽃잎 더 노래지'듯이 서로가 서로에게 노랗게 닳아 닮아갈 수 있으련만.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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