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칠서벽경: 글을 쓰고 옻을 칠해 벽 속에 감춘 책

철산 최정준

발행일 2019-09-05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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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부터 중국에서 공자를 정통 문화브랜드로 삼아 나라를 선양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당시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한국의 명륜동에 있는 성균관에 찾아와 공자에게 드리는 제사인 석전(釋奠)의 의례를 물으러 온 일이 있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공자가 '반동'의 우두머리로 찍혀있었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오랜 세월 공자의 사상과 예법 등에 관해 정통적으로 계승발전시키고 있었다. 3년 전 오산시의 초청으로 공자사상에 대해 특강을 할 겸 중국의 공묘(孔廟)일대에 간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물건이 바로 노벽(魯壁)이다. 노벽은 한나라대 노나라 공왕이 확장 인테리어를 하기 위해 옛 공자의 고택을 허물었는데 그 벽속에서 '논어'를 비롯한 경전이 고문(古文)의 형태로 나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명나라 때 세운 벽이다. 그 책들은 진시황의 분서를 피해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공자의 직계 9대손인 공부가 벽속에 숨겨놓았던 것이다. 이후 고문(古文)과 금문(今文)은 지금까지 경전연구가들의 핵심 주제이다. 사라져야 할 것이 있는 반면 지켜야 할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옛날에는 음력 초하루가 되면 양을 희생으로 삼아 고유를 하고 새 책력(冊曆)을 나누어주는 전통이 있었는데 논어에 보면 자공은 세월이 흐르고 예법이 무너지면서 전통은 실제대로 행해지지도 않으면서 희생양만 아깝게 잡는 것은 허례라고 생각하여 폐지하려고 하였다. 자공은 늘 경제적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러자 공자는 "사야! 너는 그 양을 아끼려 하느냐? 나는 그 예를 좋아한다"고 하였다.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은 당장의 경제적 비용만 따지지 말고 먼 안목으로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멀리 전할 가치가 있다면 당장의 타산은 접어야할 때도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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