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中왕이 면담 안해…실무방문·美자극 등 고려한 듯

인민일보, '리수용·리용호 회동'만 보도
中외교부 "한반도 정세 깊이있게 논의했다"

연합뉴스

입력 2019-09-05 16: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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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일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중국 외교부 제공

지난 2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않은 채 귀국해 주목된다.

왕 국무위원의 이번 방북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두고 기 싸움을 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 과정에서 중국의 중재 역할이나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5일 왕 국무위원이 전날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에게 인사를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보도해, 김 위원장과 회동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도 이날 왕 국무위원의 방북 관련 보도에서 리수용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과의 회동 소식만 전했다.

중앙(CC)TV는 왕 국무위원이 지난해 5월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했을 때 당일 메인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연합뉴스의 관련 질문에 "이번 북한 방문의 주요 일정과 쌍방 교류 상황은 이미 발표했다"고 밝혀 왕 위원이 김 위원장과 회동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방문은 양측이 수교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성공을 거뒀다"면서 "양측은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어떻게 더 발전시킬지에 대해 중요한 공동 인식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양국은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 이는 매우 시기적절하고 필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왕 국무위원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5월 초 중국 외교 수장으로는 10년 만에 방북했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정세와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의 양대 외교수장인 리수용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만 만나 북미 실무협상과 한반도 정세,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데 집중했다.

이에 따라 왕 국무위원장의 이번 방북이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염두에 둔 실무적 성격이 컸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중 간 교류에서 보통 중국 외교부는 국가 간 교류를 담당하고,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가 당 대 당 교류를 담당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 추진 중이라면 외교 채널이 아닌 당 대 당 채널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월 시 주석의 전격 방북에 이어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인 오는 10월 6일을 전후해 김 위원장이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0월에는 굵직한 이벤트가 몰려있는데 중국은 10월 1일에는 건국 70주년 기념행사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도 열 예정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최근 전문가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경제·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올해 다시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한반도의 안보 이슈와 북미 관계 진전, 왕 위원의 방북 성과에 달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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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을 만난 뒤 사흘간 방북 일정을 마치고 4일 귀국했다. 이날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는 왕 국무위원과 함께 방북한 뤄자오후이(羅照輝) 외교부 부부장, 왕빙난(王炳南) 상무부 부부장,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 등도 모습을 보였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왕 국무위원을 만나지 않은 데는 미국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대미 압박 외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은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합의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약속에도 한미군사연습과 미 당국자들의 발언 등을 구실로 실무 회담에 나오지 않은 채 무력시위에 이어 대미 비난전을 펼치고 있다.

또 북·중 양국은 미국의 강력한 견제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넓혀가며 양국관계를 최고조에 이미 올려세운 상황이다.

반면 미·중 간에는 무역전쟁과 홍콩 문제 등 각종 이슈로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왕 국무위원을 만나면 한반도 정세와 북미 대화에 대한 대화가 핵심일 수밖에 없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북한의 핵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등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데다, 지난해에도 한반도의 정세 변화 속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중재자 역할 부각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소원한 북·중 관계 속에서도 2012년 8월 가장 먼저 방북한 중국의 고위급 인사인 왕자루이(王家瑞) 당시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났고, 같은 해 11월 리젠궈(李建國) 당시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면담했다.

2013년 7월에는 리위안차오(李源潮)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 2015년 10월 당시 중국 권력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각각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중국 예술단을 인솔하고 방북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연쇄 접촉하며 국빈급으로 대접했다.

그러나 2017년 11월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중국공산당 19차 대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시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찾았지만, 김 위원장과 면담은 불발됐다. /서울·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