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단 생활고 가족 자살, 사회안전망 점검 시급하다

경인일보

발행일 2019-09-06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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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관심이 온통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비리 의혹에 쏠려있는 사이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부부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경찰은 숨진 가장 A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른 가족을 숨지게 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의 소지품에서는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다'는 내용을 담은 유서형식 메모지가 발견됐다. A씨 자택 현관에서는 월 3만7천원인 우윳값을 7개월 동안 내지 못해 25만9천원이 미납됐음을 보여주는 고지서도 발견됐다. 슬픈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최근 실직이나 사업 실패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가족들이 동반 자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5월 어린이날 시흥시에서는 4살, 2살 두 자녀와 함께 30대 부부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남편에게는 7천만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고, 결혼 후 개인회생을 신청했으나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달 의정부시에서도 50살 남편과 46세 아내, 17세 고등학생 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모두 경제난이 부른 참사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7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는 24.3명으로 OECD 회원국 중 2위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광역시보다는 도 단위,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높다. 시·도간 편차는 최고 1.5배, 시·군·구 편차는 최고 4배나 된다. 자살이 빈곤 등 경제적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최근 잇단 일가족 자살은 우리 사회 심각한 양극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빈곤층이 겪는 박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 말고는 마땅히 기댈 곳이 없다는 위기감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특히 갑자기 빈곤층으로 전락하면서 받는 상실감이 가족 자살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애꿎은 가족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복지를 높인다고 이들의 상실감을 메워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주변의 관심이 있어야 할 때다. 공동체 의식의 복원이 필요한 이유다. 공동주택은 이웃 간의 교류가 없으면 섬과 다름없다. 이웃집 문앞에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세상이다. 이럴수록 이웃과의 소통을 늘리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지자체 사회단체의 부단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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