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가 모두 동시대인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전재학

발행일 2019-10-04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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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섬뜩·폭력성 정치적 구호
비논리성 주장 도배 광화문거리

서로 다른 존재 이해 못할 수도
우리는 그저 한동안 함께 살 뿐
나 다루듯 맹목적 두둔·비난 삼가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동상이몽'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같은 침상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같은 것을 보면서도 서로 달리 생각함을 의미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바로 그렇다. 우리는 이 땅에서 같은 시대를 살면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하나의 사건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고 진단한다. 그럼으로써 타인에 대한 실망이 크고 나아가 온통 적개심으로 들끓고 있다. 오죽하면 소설가 이응준은 "좌든 우든 한국 사람들은 너무 정치적이다. 그건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파시즘의 전염성에 취약한, 혹은 파시즘에 굉장히 적합한 스타일인 것 같다. 남한이든, 북한이든"이라고 했을까. 실제로 현실 속에서 한국 사람들은 마치 샤머니즘이 끼어들어 이상한 광기를 열정적으로 뿜어내는 것 같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는 사사건건 싸운다. 이성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무언가 찬찬히 두고 보면서 분석하지 못한다. 문제는 그로 인해 나치 독일이나 2차 대전 무렵의 일본 제국주의처럼 굉장히 위험한 파시즘적 사회의 성향이 짙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는 곳곳에서 발생하는 비합리적이고 무정형의, 그러나 막강한 폭력성과 야만을 지닌 에너지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 증거이다. 이러한 현상은 엄밀한 의미에서 볼 때, 역사적인 하나의 이념이 아니라 그 시대 그 시절에 맞추어 발생하는 일종의 전염병과 같아 그 무서움이 비할 데가 없다.

서울의 광화문 거리를 가보면 온통 정치적인 구호가 곳곳을 도배하고 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구호의 섬뜩함과 폭력성 그리고 비논리성이 확연한 주장이 많다. 정치적 맞수를 철천지원수로 간주하여 적개심이 하늘을 찌르는 현 상황은 도저히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대를 사는 같은 민족이라 믿기 어렵다. 이미 공권력으로도 통제하기 어려운 불법과 폭력은 이 땅에 홍익인간의 국시(國是)는 사라지고 이기적이고 야만적인 민주주의가 판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아, 이렇게 생각과 행동이 다른 게 대한민국이구나 하는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가 다 동시대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이응준의 또 다른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우리는 그저 한동안 함께 살 뿐, 내부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시간대를 통과한다고 해서 동시대인이라고 할 수 없다. 바로 그런 점을 놓치고 있어서 우리가 우리 내부의 분란(紛亂)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요즈음의 한국 사람들은 각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시대를 살아가면 시대감각이 다를 수 있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생각, 가치관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21세기를 살아가야 할까? 현재로선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촛불을 밝히는 이 땅 민초들의 삶은 고통스러울 따름이다. 언제쯤 평화롭고 아름다운 광화문 거리로 바뀔지 답을 구하기 쉽지 않다. 우리에겐 고통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가 좀 더 지혜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 범지식인들은 행동하는 양심과 책임감, 사명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통사람들은 생각이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환대와 호의로 대응하는 게 요구된다. 마치 이 땅을 찾아온 외국인처럼 대하면 어떨까. 그러려면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마음이 이 땅을 살아갈 후세들에게 전해져 소통의 밀알이 되어 효과를 발휘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이는 '내 안의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 우리에겐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라는 '가시나무' 노래 가사가 우리를 대변해준다. 미우나 고우나 마치 나를 다루듯이 맹목적인 두둔이나 비난을 삼가자. 그것이 이 땅에서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에게 필요한 문명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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