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섬 주민 명절 망치는 인천시 무료 뱃삯지원 정책

경인일보

발행일 2019-09-1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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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에 백령도 등 섬 출신 주민들이 배표를 구할 수 없어 고향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휴를 하루 앞둔 11일과 첫날인 12일 인천에서 백령도로 향하는 여객선표는 지난 8일에 이미 매진되었다. 14일과 15일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나오는 배편도 마찬가지다. 인천시가 명절 연휴에 모든 국민에게 연안여객선 배표를 무료로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면서 관광객 등 외지인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뱃삯이 공짜일 때 백령도나 대청도 등지를 관광하자는 사람들이 명절에 고향에 가야 하는 섬 출신들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추석 때부터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섬 지역 뱃삯을 무료화 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예산은 11억 원이다. 인천시는 또 평상시에도 인천시민에게는 80%의 뱃삯을 할인해 주고 있다. 여기에는 올해에만 58억 원을 세워 놓았다. 타 지역 사람들에게도 20억 원 한도 내에서 요금의 50%를 지원한다. 물론 섬 주민들에게는 5천 원에서 7천 원만 내면 여객선을 타고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90억 원이 든다. 인천시가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연안 여객선 요금 지원 사업을 펼치는 것은 섬 지역 활성화 차원이다.

섬 주민들을 도우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사업이 오히려 명절에 고향에 가려는 섬 출신 주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백령도의 한 주민은 "육지에서 직장을 다니고 대학교에 재학 중인 두 자녀가 배표를 구매하지 못해 섬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며 "명절 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백령도에서는 도저히 가족들과 연휴를 보낼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주민들은 차라리 관광객이 줄어드는 비수기에 일정 기간을 정해 뱃삯 무료화 사업을 실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게 실질적인 섬 지역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섬 주민들은 보고 있다.

평상시 인천항에서 백령도와 대청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하루 3척이고, 좌석 규모는 1천347석이다. 인천시 등 관계 당국은 선사와 협의해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백령도·대청도행 여객선 2편(874석)을 늘렸지만, 섬 주민과 귀성객 '배표 대란'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인천시가 온 국민에게 뱃삯을 전액 지원하는 명절이 이번으로 세 번째다. 섬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했다고 할 수 있다. 섬 주민들의 얘기처럼, 명절 기간을 특정해 뱃삯을 무료화 하는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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