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외국인 앞에서만 멈추는 공정성과 형평성, 건강보험의 경우

이완

발행일 2019-09-1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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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이상 머물땐 의무가입 법개정
먹튀·재정적자 논란 연장선상 나와
저소득에도 전체 평균 보험료 가혹
부모·성년자녀도 부과대상 큰 부담
빈틈없는 사회보장 형평성 담보부터


수요광장 이완2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지난 7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이제 국내에서 6개월 이상 머무는 외국인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차치하고 그간 많은 시민사회단체 및 국제사회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보편적이고 차별 없는 건강권이 실현돼야 한다는 취지에 동감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내용과 과정을 살펴보면 본래의 취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작년 한때, 여론을 달구었던, 이른바 외국인의 건강보험 '먹튀'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2018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외국인·재외국민 지역가입자 건강보험 재정수지 적자액이 2017년 2천51억원에 이르고 지난 5년간의 누적 적자액이 약 7천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어서 몇 십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몇 억원이 넘는 의료혜택을 봤다는 어떤 재외동포와 외국인의 사례가 크게 보도됐다. 여론은 매우 험악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2017년 건강보험 전체 재정수지 적자가 4조4천475억원에 달하는데, 외국인들이 부당하게 혜택을 받아간다는 점에 분개했다. 언론들은 먹튀 논란과 재정적자만을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며, 외국인들이 부당한 혜택을 받아가고 국민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2017년 외국인의 직장가입과 지역가입을 모두 합친, 전체 외국인의 건강보험료 재정 수지는 오히려 2천490억원 흑자였으며, 2013년~2017년 5년간의 재정수지는 무려 1조1천억원의 흑자에 달한다는 사실이 곧 밝혀졌다.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임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외국인이 건강보험을 축낸다며 혐오와 차별의 근거로 사용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논란의 연장 선상에서 정부의 이번 건강보험 개편안이 나왔다. 그렇다면 건강권이라는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인권 실현을 떠나, 보다 공정한 방향으로 건강보험이 변화됐을까?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등은 국내에 소득 및 재산이 없거나 파악이 곤란해 내국인 가입자가 부담하는 평균 보험료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즉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한 이주민은 소득이 훨씬 낮더라도 최소한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험료인 11만3천50원을 내야 한다. 2018년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연말정산을 한 외국인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전체 직장인의 70%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가난한 외국인의 주머니를 더욱 쥐어짜, 형편 나은 한국인의 주머니를 채우는 꼴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면서 '적정 부담능력 있는 곳에 적정 부과 원칙'이라는 사회보험 원칙을 강조했다. 이 기준은 내국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

내국인과 다르게 부양가족 범위도 매우 좁다. 내국인의 경우 폭넓게 세대원을 인정해 주지만, 이주민은 원칙적으로 개인을 하나의 세대로 보며, 세대주의 배우자와 19세 미만의 자녀만을 동일 세대 구성원으로 한다. 부모와 성년의 자녀가 각각 보험료 부과대상이 되어 훨씬 많은 보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도 모두 건강보험에 가입해서 사회보장에 빈틈이 없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형평성이 우선 담보되어야만 한다. 사실과 다르게 호도됐던 외국인의 명예 회복은커녕 더 가혹한 보험료 부과 그리고 보험료를 4회 이상 내지 않으면 강제 출국시키겠다는 겁박을 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몇 달 동안 의료보험료를 내지 못하면, 치료는커녕 비자를 취소시키고 내쫓을 수 있다는 냉혹함을 보이고 있다. 먹튀나 역차별이라며 성내던 언론과 여론은 더 가난한 외국인이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부당함에는 침묵한다. 정말 이것이 한국사회의 진짜 모습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보건복지부는 문제가 생기자 문제를 파악해 보겠다고 한다.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의료 접근성의 문제, 농어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더 큰 비용을 내야 하는 지역가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직도 여전히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사각지대의 이주민들, 그리고 소득 조사 없이, 더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외국인 지역가입자들의 문제까지, 공정하고 양심적인 조치를 기대하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일까?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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