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계 민주주의의 날을 맞아

박근영

입력 2019-09-11 14:00:01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img_2597.jpg
박근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오는 9월 15일은 세계 민주주의 날(International Day of Democracy)로서 국제사회가 함께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갈 것을 목적으로 UN 총회에서 2007년 제정한 기념일이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세계 민주주의 날을 맞아 UN 구테흐스 (António Guterres) 사무총장은 이번 주제를 참여(Participation)로 발표하였다.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란 시민사회와 정치 계급 간의 끊임없는 대화를 기반으로 하는 쌍방향 거리(two-way street)라고 정의하면서 이러한 대화는 정치적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참여의 영향력은 거대한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였다. 공식적인 정치 제도에 환멸을 느끼는 수많은 대중은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고 투표하고 항의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포퓰리즘이다. 정치적 엘리트에 대한 분노, 급속한 사회 변화에 대한 경제적 불만 및 불안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서 나타난 권위주의와 민족주의, 포퓰리즘 등을 통해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기반이 되었다. 세계화와 기술발전의 영향으로 인해 참여와 의사소통의 도구는 급속도로 성장하였지만, 그 질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가짜 정보의 생성과 확산을 통해 특정 이념은 비약되고,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은 고조되고 있으며 대중은 정치인은 부패하고, 법원은 더이상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는 땅바닥에 있다.

특히 민주주의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서방 국가들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자유 수호와 민주주의 확산에 가장 많은 자금과 노력을 기울여온 미국의 민주주의는 트럼프 시대에 들어서 한마디로 혼란 그 자체이다. 의회 민주주의의 어머니라 불리던 영국은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대내외적으로 갈등을 표출하며 의회 자체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다. 약 800만 명에 달하는 빈곤층과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극좌정당 오성운동(M5S)와 극우정당 동맹(LEGA)이 연합하여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을 구성하였지만 1년 2개월 만에 해체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유류세 인상을 계기로 지역 간 차별 및 생활 격차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와 발발한 노란조끼시위가 지역 의원의 집이나 사무실에 불을 지르거나 오물을 투척하는 등 개인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폭력시위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연정정치의 모범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는 최근 극우정당인 AfD가 서독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한 구 동독지역을 “헬독일(Helldeutschland)”으로 부르는 등 갈등을 조장하여 지역 내 제2당으로 올라섰다.

아시아라고 다를 바가 없다. 중국은 시진핑 시대를 맞아 국가 주석의 임기 제한을 철폐하는 헌법 개정에 성공하고 개인에 대한 검열과 사상 통제를 강화하며 공산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홍콩은 본토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기본권의 침해를 우려하며 민주화를 요구하는 물결이 거세지고 있고, 대만의 경우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양안 관계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며 대만 내 정당의 분열 및 개편을 시사하고 있다. 일본은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 축이 보이지 않는 자민당 일당 독주 아래, 국제적 존재감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으며 역사 문제를 활용한 수출규제 등으로 자유무역질서를 훼손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 지금의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은 아직까지는 극단적인 민족주의 혹은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극우 혹은 극좌 정당의 출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왜일까? 아마도 아래로부터 쟁취한 민주화의 성공과 그 정신을 계승한 선거를 통한 평화로운 정권교체, 세대를 넘나든 촛불혁명 등을 통해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 고유의 방향을 찾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 때문일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는 산적한 사회갈등이 기다리고 있지만,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충분한 협의와 대화를 통해 양보와 조정 그리고 실천으로 계속 이어지다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기 속에서도 홀로 건강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 


박근영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