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횡포" vs "韓 잘못", 독일 유력지 엇갈린 시선

손원태 기자

입력 2019-09-12 10: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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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8월 23일 오전 적막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의 모습. /연합뉴스

독일에서 대표적인 정론지로 평가받는 2개의 일간지가 최근 한일 간의 갈등 양상을 상반된 시각으로 다뤄 주목을 받았다.

중도 보수 성향의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사실상 일본 측이 내세운 논리 토대로 일방적으로 한국을 비판하는 논조를 보였다.

반면, 중도 진보 성향의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과거사 문제에서 반성이 끊긴 일본을 비판하면서 일본이 경제적 도발을 하는 횡포를 부렸다는 논조를 나타내 대조를 이뤘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지난달 30일 '한국과 일본, 역사의 그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과 관련, "700억 유로의 무역 규모, 양국 간의 관광객, 개인적인 관계를 고려할 때 터무니없는 결정"이라고 일본 측을 비판했다.

기사는 또 "일본은 이런 횡포로 한일 갈등을 격화시켰는데, 한국 정부도 한일군사정보협정을 폐기해 대응했다"면서 "양국과 동맹 관계인 미국 정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합의에 대해서도 "아베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강요로 화해 협약을 맺었는데, 다시 이 문제가 터졌다"고 평가했다.

강제징용의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이 요구가 1965년 맺었던 기본협약을 모두 뒤집는 것이라고 반발했다"면서 "당시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협상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당시 한국은 군사 독재자 박정희 지배에 있었는데, 그는 과거 일본 황제를 위해 전쟁터로 간 일본군 장교였고, 그래서 현재 한국은 당시 조약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일본 정부는 이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한국인들의 원한을 단 한 번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베는 '위안부'가 '일반적인 성매매'를 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일본의 침략도 참회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또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망하면 한국의 원한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일본의 생각은 맞지 않는다"면서 "지금도 일본은 그들의 역사를 진심으로 대한 적이 없기에 일본은 늘 다시 그 역사에 끌려다니게 된다"고 지적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지난 3일에도 '성난 이들의 협박 전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된 소녀상의 철거 사실을 보도하면서 "일본 우파들이 얼마나 잘 조직화됐고 힘이 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가 지난달 4일 독일에서 소녀상 전시에 대한 주독 일본대사관 측의 철거 압박성 공문과 라벤스브뤼크에서의 '작은 소녀상' 철거 압박 사실을 단독 보도한 뒤, 이 신문은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지난 9일 '동아시아의 새로운 전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실었다.

도쿄 특파원이 쓴 기사는 "양국이 모두 외교적 참사에 기여했는데, 한국에 좀 더 비판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면서 "국내 정치적 상황을 위해 한일 위안부 합의를 뒤집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국 대법원이 (일제시대 강제징용당한)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뒤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그대로 놔뒀다"면서 "1965년 합의대로 중재재판소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실용적 기대를 한국은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국가기념일(광복절)의 기념사를 통해서 불에 더 많은 기름을 부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 측과 일본 우파가 내세운 논리와 맥이 통하는 내용이다.

이어 이 기사는 "일본 정부와 많은 일본 국민은 전쟁에 대한 사과와 배상 이후에도 한국의 끊임없이 새로운 요구를 듣는 데 지쳤다"고 썼다.

특히 "한국에는 좌파 민족주의적인 문재인 정부와 80년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던 세대들이 권력을 잡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은 단기적으로 국내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외교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고 날을 세웠다.

나아가 "일본은 입장이 악화하고, 미국도 화가 났고, 중국은 서방 동맹국들의 분열에 기뻐한다"면서 "문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는 공동 전선을 약하게 해 결국, 북한의 비핵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한일 갈등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보수적 성향의 일간지 디 벨트는 지난 7월 11일 기사에서 '동해'와 '일본해' 표기 문제에서 일본 측 편을 든 기고문을 게재, 그 배경에 궁금증을 불러오기도 했다.

당시 독일에서 표기 문제에 대해 특별한 이슈가 없었고,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프란츠 요제프 융 전 독일 국방장관은 '바다 명칭을 그렇게 변경하겠다니'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국 측의 '동해' 사용 입장에 "영토문제는 특히 정치적인 반대 세력들을 상대로 점수를 얻을 수 있다면 국내정치적으로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고 국내 정치용이라는 주장했다.

/손원태기자 wt2564@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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