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친일파 숭배 논란… '도호부대제' 전면 재검토

김민재 기자

발행일 2019-09-18 제1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역대 부사 351명 기리는 행사…
을사오적 박제순 등 포함 부적절
市, 26일 전문가 토론 방향 모색


인천시가 역대 인천부사의 공덕을 기린다면서 친일파까지 함께 숭배해 논란이 일었던 '인천도호부대제'(2017년 10월 11일자 1면 보도)의 운영방식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인천도호부대제는 지금의 인천시장 격인 역대 인천부사(仁川府使) 351명을 기리는 행사다. 2003년부터 매년 인천 시민의 날(10월 15일) 미추홀구 인천도호부청사 재현 건물에서 열려 왔다. 인천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제례를 주관하는 헌관으로 참여해 술잔을 올린다.

그런데 역대 인천부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덕을 기리는 게 부적절한 인물이 많다. 대표적으로 을사오적 중 하나인 친일파 박제순(1858~1916)이 있다.

그는 1905년 일본이 외교권을 박탈하고 내정을 간섭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조약에 찬성한 5명의 대신 중 한 사람이다. 박제순을 기리는 공덕비도 이미 철거돼 청사 건물 한 구석에 방치되고 있을 정도다.

또 다른 부사 정지용(?~1882)은 임오군란 때 조선 군대에 쫓겨 달아나는 하나부사 요시모토 일본 공사 일행을 보호한 이력이 있다.

김찬선(1535~1594)은 탐욕스럽고 방종한 데다 오로지 긁어모으는 것만 일삼는다는 이유로 파직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논란이 일자 인천시는 지난해 도호부대제를 대폭 축소해 열었다. 역대 부사의 공덕을 기리는 방식 대신 시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일반 제례 형식으로 진행했고, 시장이 아닌 일반 시민이 제례를 주관했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운영 방식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의미도 없고, 역사적 고증도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이에 전문가들과 함께 도호부대제의 운영 방식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오는 26일 미추홀구 문학동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역사·문화 전문가를 초청해 관련 토론회를 열어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한다. 이후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10월 행사에 반영할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도호부대제가 과거부터 맥이 이어진 게 아니라 재현 건물을 설치하면서 곁들여 만들어진 행사이기 때문에 역사적 의미가 부족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행사를 끌고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방향 설정을 다시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김민재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