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에 '마음에 든다' SNS 보낸 순경, 처벌 안하나 못하나

두 달 넘도록 수사 진척 없어, 타 국가기관에 법률 해석 의뢰

연합뉴스

입력 2019-09-18 09: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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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중 알아낸 민원인의 개인정보로 '마음에 든다'며 사적인 연락을 한 전북 지역의 한 경찰관에 대한 경찰당국의 조사가 미적대고 있다.

동일한 사례나 판례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피의자 입건 등 정식 수사로 나아가지 못해 징계 등 후속 조처도 미뤄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음주운전과 시민 폭행, 불법 청탁 등 최근 직원의 잇따른 비위로 몸살을 앓은 전북지방경찰청이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18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A순경은 지난 7월 17일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고창경찰서를 찾은 한 여성 민원인의 연락처로 "마음에 들어서 연락하고 싶은데 괜찮겠냐"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연달아 보내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당시 이러한 사실을 국민신문고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알린 민원인의 남자친구는 "경찰은 마음에 드는 민원인이 있으면 이렇게 개인정보를 이용해 사적으로 연락하는지 의심된다"며 해당 경찰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경찰 등 국가기관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엿보거나 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현실화해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관련 기사에는 경찰을 성토하는 비판 댓글이 수백건씩 달리기도 했다.

전북경찰청 입장에서는 해당 경찰관의 행위를 처벌함과 동시에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할 입장에 처했다.

이에 전북경찰청은 A순경의 행위가 어떠한 법 조항을 위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 달 가까이 관련 판례 등을 분석했으나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례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공무원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처리하는 경우에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A순경의 행위는 이와 구별된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개인 정보 노출과 그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지만, 경찰 당국은 A순경이 민원인의 연락처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았을뿐더러 보낸 메시지도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조장하는 내용은 아니었기 때문에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결국 전북경찰청은 자체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A순경의 행위에 대한 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해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관련 법률의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곳으로 국가 전반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수립하고 국민의 권리구제와 법령을 해석하는 역할을 한다.

경찰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유권 해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내부 심의를 거쳐 A순경에 대한 정식 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경찰관의 행위와 부합하는 법 위반 사실이나 판례를 현재까지는 찾지 못했다"며 "자체적인 결론보다는 전문 기관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법률 해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식 수사 여부에 대한 결과가 나온 다음에 해당 경찰관에 대한 징계 등 후속 조처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