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 방사선 피폭 근로자에 "알려서 좋을것 없다"

손성배 기자

발행일 2019-09-19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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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가 18일 오전 안산시 단원구 서울반도체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용역업체 직원 7명이 작업 중 피폭당한 사고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사고 수차례 은폐 시도 등 '정황'
시민단체 진상규명·대책요구나서
피해자들, 산재 신청·고용부 고발
사측, 의혹 부정… "법적 책임질것"


방사선 방출 장치의 안전장치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20대 노동자들에게 방사선 피폭 피해를 입힌 서울반도체(8월 19일자 8면 보도)가 사고를 수차례 축소·은폐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이하 건강권네트워크)와 서울반도체 노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18일 오전 11시 30분 안산시 단원구 원시동 서울반도체 본사 입구에서 '방사선 피폭사고 은폐 규탄 및 피해 진상규명·대책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선 지난달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방사선발생장치(RG) 사용신고기관인 서울반도체 지하 1층 LED 제품 결함 확인 공정에서 방사선피폭 의심환자 7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원안위는 향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의심자를 9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전·현직자 15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안위 의심환자 7명 중 2명은 모두 20대 남성이다. 이들은 손가락에 국부 피폭으로 인한 홍반, 통증, 열감 등 중증 증세를 보였다.

지난 7월 15일 서울반도체의 사내 하청업체 에스아이세미콘에 장기현장실습생으로 입사한 이모(23)씨는 입사 첫날부터 방사선 설비실에서 LED 제품 불량 선별 작업을 했다.

이씨는 회사에서 '인터락(Inter-lock)'을 해제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방사선 피폭 위험성이나 안전 교육은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인터락은 본래 장치 문이 열리면 방사선 방출을 중단하는 기능을 가진 안전 장치다. 이들은 이 장치에 종이를 구겨 넣고 테이프로 막아 문이 열리더라도 방사선을 방출하도록 조작한 뒤 작업을 했다.

이씨는 입사 일주일 만에 오른손 엄지와 검지에 굳은 살이 박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거뭇거뭇하게 변색까지 되자 관리자에게 이상 증세를 보고했으나 "며칠 일한 것 가지고 증상이 있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방사선 피폭 진단을 받은 뒤에도 "사람들한테 얘기하면 너도 그렇고 회사도 좋을 것 없다"는 은폐·축소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현재까지 손가락의 허물이 벗겨지고 손톱이 빠지는 등 육체적인 변화는 물론 급성스트레스 장애까지 호소하고 있다.

한편 이날 건강권네트워크와 피폭 정도가 심한 이씨와 정모(26·2018년 7월 입사)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피해자 측은 또 이정훈·유현종 서울반도체 공동대표이사와 장영주 에스아이세미콘 대표이사, 현장 업무 작업지시자 심모 차장을 고용노동부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회사는 방사선 피폭 사고를 은폐하거나 축소할 계획이 없었다"며 "사고 대책안과 작업환경 개선안을 마련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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