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26)기차]관현악으로 표현한 기관차의 질주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19-09-20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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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게르 '퍼시픽 231' 인상적
라이히는 사이렌 등 소음 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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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철도인 경인선이 지난 18일로 개통 120주년을 맞았다.

경인선은 1897년부터 노량진~제물포 간 33.2㎞ 구간에 건설됐다. 그 경인선을 달리는 기차는 120년 전인 1899년 9월 18일 오전 9시 첫선을 보였다.

'화륜거(火輪車)'로 불린 육중한 모갈(Mogul·거물) 증기기관차가 희뿌연 증기를 내뿜으며 굉음과 함께 노량진을 떠나 제물포로 향했다.

서양 철도의 시원은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에 들어서, 근대 문명과 진보의 상징인 철도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음악과 에피소드도 많다.

근대 프랑스 음악의 최선봉으로 평가받는 '프랑스 6인조(Les Six)' 중 한 명인 작곡가 오네게르(1892~1955)는 1923년 기차의 기계적 소리를 관현악으로 표현한 '퍼시픽 231'을 발표했다.

어려서부터 기차를 좋아한 오네게르는 그 뿌리 깊은 애착을 '퍼시픽 231'로 표출했다. '3개의 교향적 악장' 중 제2곡에 배치된 이 곡은 300t이나 되는 거대한 기관차 '퍼시픽 231'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해 차츰 속도를 높여 질주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기관차의 바퀴 배열에 의한 특유의 리듬, 불협화음을 통한 기계음의 묘사 등 근대적인 작곡 요소로 거대한 기관차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곡가 라이히(1936~ )는 1988년 현악4중주곡 '서로 다른 기차(Different Trains)'를 작곡했다.

어린 시절 라이히는 LA에 사는 부모를 만나러 가기 위해 뉴욕에서 기차를 탔다. 유대인인 그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 만일 자기가 유럽에 있었다면 홀로코스트 기차를 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가정이 전쟁의 공포를 담아낸 섬뜩한 음악인 '서로 다른 기차'를 탄생시켰다. 현악기들의 반복되는 단순한 모티브와 리듬에 사이렌 소리 등 다양한 소음들이 가미됐다.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자크(1841~1904)는 기차를 소재로 한 작품은 내놓지 않았지만, '기차 마니아'의 원조로 불린다. 드보르자크는 9세 때 프라하 인근의 완공된 철길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열차를 보았다.

기관차의 육중한 외관, 빠른 속도,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 등은 어린 드보르자크에게 음향적으로 영감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훗날 제자에게 반농담식으로 "기관차를 내가 발명할 수 있었다면, 내가 쓴 교향곡 전부를 포기해도 좋을 텐데"라고 한 말은 유명하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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