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어설픈 정년연장 거론

이한구

발행일 2019-09-25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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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바닥…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
日, 고령자고용법 개정 '계속고용제' 시행
정부, 65세연장땐 세대갈등 부추길 가능성
명확한 설명없이 요란만… '간보기'로 폄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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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핫이슈인 정년연장 논의가 김빠진 맥주 꼴이다. 지난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 경제활력 대책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제시하며 근로자들이 65세까지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고령자 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노인 빈곤문제와 청년들의 취업절벽과 맞물려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학계를 중심으로 정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지 정부 차원에서 과제화할 단계는 아니"라며 한발 빼는 인상이다. 문재인정부 집권 말년인 2022년부터 논의해 보겠단다. 인구정책TF가 5개월 만에 내놓은 대책치고는 너무 부실하다.

정부는 지난 4월에 10개 작업반으로 꾸린 범(汎)부처 '인구정책TF'를 발족하고 작업에 돌입했다. 6월에는 홍 부총리가 한 방송에서 "인구정책TF에서 정년연장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는데 논의가 마무리되면 정부의 입장을 내놓겠다"고 발언해 기대치를 높였다. 2016년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법정 정년연령을 만 60세로 연장한지 3년 만이다.

우리사회의 정년연장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복지지출의 기하급수적 증가 등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신생아수)은 0.98명으로 OECD 36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 밑으로 떨어졌다. 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져서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기초연금 등 복지재정 지출은 금년의 106조원에서 3년 후에는 150조원으로 불어나며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작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해 내년부터 노동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예정이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15-64세 인구의 축소는 노동공급 감소 → 국가생산성 하락 → 잠재성장률 약화를 초래한다.

일본의 계속고용제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한때 일본의 고도성장은 세계인들의 주목 대상이었다. 나카가와 게이이치로(中川敬一郞) 도쿄대학 교수는 일본경제의 신화를 '일본식 경영'으로 명명하고 비결로는 '삼종(三種)의 신기(神器)'인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기업 내 노동조합을 적시했는데 핵심인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은 노사(勞使) 모두에 유리했다. 사측에서는 종신고용으로 유능한 직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노동자들은 해고 걱정 없이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음은 물론 연공서열로 직급이 높아지면서 월급까지 올라 금상첨화인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 저성장이 구조화하면서 '일본식 경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일본경제가 '잃어버린 20년' 수렁에 빠진 것이다. 성장이 멈춰진 일본 기업들은 능률급, 연봉제, 임금피크제, 비정규직 확대, 감원 등으로 대처했다. 또한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인구구조 변화의 충격을 겪었다. 일본은 2007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수가 전체인구의 28.4%를 기록해서 세계 1위의 노인대국이 되었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는 설상가상이었다.

노인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2004년에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하고 몇 차례 손질을 거쳐 2013년 4월부터 계속고용제를 시행했다. 기업에게 재고용(퇴직 뒤 재계약), 정년연장(정년을 65세로 연장), 정년폐지(정년 없이 계속고용) 중 택일을 의무화한 것이다. 불이행시 50만 엔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데 60~64세의 취업률은 2013년 58.9%에서 2018년에는 68.8%로 5년 만에 10%가 증가했다.

우리 정부가 계속고용제에 집착할 만하다. 그러나 65세 근로연장은 세대갈등을 부추길 수 있어 고민이다. 2016년 60세 정년 연장 이후 청년일자리 감소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또한 일본은 30여 년 동안 스텝 바이 스텝으로 계속근로제의 완성도를 높여왔음에도 창의성 및 생산성 둔화, 애사심 약화 등 일본 특유의 공동체자본주의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정년연장문제 3년 후 논의에 대해 명확한 설명도 없다. 이럴 거면 건드리지나 말지 괜히 요란만 떨었으니. 설익은 대책을 발표했다가 내년 총선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철회한 것인지 항간에서는 정부의 '간보기'로 폄훼한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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