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포털 지역언론 차별]지방재정개편안 중앙·지역 보도 양상

빗나간 초점, 공론 무력화

신지영 기자

발행일 2019-10-08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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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네이버의 지역언론 차별을 규탄하며 오정훈(사진 오른쪽) 언론노조 위원장과 전대식 지역신문노조협의회의장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언론노조 제공

조정교부금 배부 '골고루 잘사는 지자체' 취지 특례 손질
진보·보수신문 막론 '중앙·지방정부 갈등' 단순중계뿐
경인일보, '개악'에 집중… 불황 '재정 위기' 현실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때는 2016년 4월. 정부가 '지방재정개편안'을 내놓았을 시기다.

 

정부의 방침에 반대 의견을 보인 도내 자치단체장 3명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다음은 당시 이 상황을 보도한 서울 소재 언론사들의 기사 제목이다.

'이재명 등 경기 시장 3명 정부 지방재정 개편 추진에 반발 단식 농성 돌입', '재정 감소, 국회로 몰려간 경기도 시장', '시·군 격차해소-지방자치 파탄, 정부-지자체 재정 개편안 갈등'.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진보·보수 매체를 막론하고 상황을 단순 중계하거나 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을 사안의 본질로 파악한 보도가 주를 이뤘다.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은 결국 시행됐고, 지난 4월 헌법재판소에서도 정부 방침이 지방자치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란 판단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개편안이 옳았던 셈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의 개편안, 헌재의 판단, 그리고 당시 서울 소재 언론의 보도 태도 아래 또 다른 본질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방재정개혁안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이른바 '불교부단체'에 제공됐던 특례를 개정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불교부단체는 정부가 주는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세수 상황이 좋은 '부자 지자체'를 뜻한다.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는 시군에서 걷은 도세(취득세,등록세,일반레저세 등) 중 일부를 재원으로 만들어 다시 시군에 내려보내는 조정교부금을 조성한다.

불교부단체는 조정교부금의 90%를 우선 제공 받아왔다. 재원 조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예를 들어 수원시가 시·군 조정교부금의 재원 총액 중 100억 원을 기여했다면, 최소한 90억 원은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식이다. 

 

정부는 불교부단체도 다른 자치단체와 동일한 기준(인구·징수실적·재정력)으로만 조정교부금을 배분함으로써 '골고루 잘 사는' 지자체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이런 개편안을 시행에 옮겼다.

당시 불교부단체들은 "재정 자립도가 50% 미만인 기초자치단체가 95%가 넘는데, 이런 불균형을 소수의 불교부단체 탓으로 돌리고 있다", "32조원의 교부세와 43조원의 보조금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자치단체의 쌈짓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널리 퍼지지 못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가 널리 공유되지 못한 이유가 컸다.

문제는 올 들어 불거졌다. 이른바 부자 지자체의 세수를 떠받치는 대기업의 실적이 좋거나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는 불교부단체의 재정에 문제가 없었지만, 대표적 대기업 삼성의 실적 부진에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자 바로 일부 지자체의 '재정 위기'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된 2016년 당시, 지역언론인 경인일보의 보도는 달랐다. 

 

2016년 5월 20일자 '지방재정 개혁안 무엇이 문제인가' 보도를 살펴보면 '보통교부세를 전혀 받지 않으면서도 시·군 조정교부금에 상당히 기여 하고 있는 점을 인정받아 조정교부금 우선 배분조례가 생겨난 것인데, 정부는 이를 전혀 고려치 않고 일방적으로 형평성 문제만 거론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2016년 5월 25일자 '지방자치 사망통지서 지방재정 개악 지상중계' 기사를 통해서 '인구가 많은 지자체일수록 고착화된 인프라 유지비용과 복지사업이 많다'는 이면을 꼬집기도 했다.

이런 보도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목소리는 묻혔고, 공론의 장은 형성되지 않았다. 

 

시민의 대리자로서 시장들이 나서 단식농성까지 벌였지만, 정작 이해당사자인 시민들에게 이런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재정개편안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공론화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 큰 문제다.

언론은 사실 보도를 통해 공론의 장을 만들고, 여기에 시민과 공공이 참여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매커니즘이다. 

 

헌법이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것도 언론이 가진 올바른 공론화의 순기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최상한 경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정부 산하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는 국회에서 열린 '포털의 지역언론 차별 개선 방안' 발표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접하는 플랫폼은 다변화했지만 온라인 플랫폼 특성 상 조회, 노출 수에 의존하다보니 실질적인 지역 정보, 콘텐츠에 대한 접근권은 오히려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여전히 만연한 중앙과 지역의 종속적 위계질서 등은 지역 공론장을 갈수록 악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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