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식 칼럼]뉴욕의 새로운 문화중심

이남식

발행일 2019-09-24 제2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독특한 구조·다양한 공연 '더 셰드'
휘트니뮤지엄 잇는 하이라인 기대
힙스터들은 브룩클린으로 이동 중
류승룡 등단한 실험극장 '라 마마'
한국계미국인감독 '문화중심' 기대

2019092301001594300078221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1960~70년대에는 뉴욕의 많은 예술가들은 허름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넓은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그리니치나 소호 지역에 몰려들었다. 백남준 선생의 스튜디오도 소호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점점 카페나 상점이 들어오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 첼시나 이스트 빌리지, 윌리엄스버그로 옮겨가게 되었다(서울에서도 홍대 앞에서 원남동·성수동으로의 이전이 일어난 것과 동일하다).

예전에는 고기를 부위별로 자르고 가공하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도 휘트니 미술관이 2015년 이전 개관하고 예전의 고가철도를 공원화한 '하이라인'이 들어오면서 뉴욕을 대표하는 갤러리들이 모여들고 있다. 특히 맨해튼 서쪽에 예전에는 철도차량기지로 이용되던 허드슨 야드 (Hudson Yards)를 덮는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는 50~70층의 8개의 대형 빌딩으로 주거, 오피스, 호텔, 쇼핑몰 등의 상업시설을 건축하는 약 30조원이 투자된 미국 최대의 민간개발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맨해튼 서쪽의 허름한 창고나 공장들로 쓰였던 건물들이 재개발되면서 이제는 뉴욕의 중심이 센트럴파크와 5번가에서 허드슨 야드로 바뀌는 듯하다.

특히 이곳에는 '더 셰드'(The Shed: 헛간이라는 뜻)라고 하는 새로운 전시장, 공연장(천장고가 2개 층에 달하는 2개 층의 전시장과 1개 층의 공연장 그리고 이벤트홀)이 올해 4월 개관하여 뉴욕의 새로운 문화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셰드는 건물에 철골로 된 외피를 만들고 이를 레일 위에 얹어 이 구조물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독특한 구조로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DS+R) 건축사무소에서 설계하였으며 뉴욕의 하이라인을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구조물이 최대한 밖으로 이동하면 공연을 위한 큰 공간이 만들어져 다양한 공연이 가능하게 된다. 즉 가변식 극장이라 할 수 있다. 구조물을 건물과 겹치게 하면 앞에 넓은 야외 광장이 나타나게 되는 독특한 구조이다. 또 바로 옆에는 베셀(Vessel)이라는 16층 높이의 2천500여개 계단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조의 전망대가 있어 더욱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한 셰드는 하이라인의 북쪽 끝 출발점으로 2.4㎞ 남쪽 끝의 휘트니뮤지엄과 바로 연결되면서 이 일대의 낡은 창고 건물들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셰드는 맨체스터국제페스티벌의 감독을 역임한 알렉스 푸스(Alexander Poots)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하여 매우 다양한 장르의 예술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향후 셰드와 휘트니뮤지엄을 잇는 새로운 하이라인 축에서 어떠한 새로운 문화적 현상이 나타나며 뉴욕이라는 거대도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주류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반주류적 문화를 고집하는 힙스터(hipster)들은 그리니치에서 소호로 그리고 이스트 빌리지를 거쳐 브룩클린으로 이동해가고 있다. 이러한 운동의 하나로 시작된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들을 통하여 실험적인 연극과 퍼포먼스들이 상연돼오고 있으며 그 중 아직까지도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실험극장클럽 '라 마마'(La MaMa Experimental Theater Club)이다. 1961년 패션디자이너였던 엘렌 스튜어트에 의해 이스트 빌리지에 문을 열게 된 라 마마는 그간 문화적 다양성을 가진 전 세계의 수많은 실험적 공연 예술가들이 뉴욕에서 등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극장으로도 유명하다. 블루 맨 그룹과 같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공연자들을 발굴하였다. 이제는 천만배우가 된 류승룡씨도 1996년 극단 숨 4323의 '두타'라는 작품의 주인공으로 라 마마에서 뉴욕에 등단한 바가 있다. 한 가지 더 특이한 것은 이 라 마마의 예술 감독이 한국계미국인인 미아 유(Mia Yoo: 동랑 유치진 선생 손녀)로 1년에 70회가 넘는 공연을 기획하여 미국 문화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연극계의 아카데미상이라 할 수 있는 토니상도 수상하였다. 주류와 비주류 그리고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뉴욕에서 새로운 문화의 무게중심 이동이 기대되는 시점이며 이제 수많은 한국인들이 이의 중심에 서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이남식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