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水사고때 정수장 탁도계 '조작'했다

김민재 기자

발행일 2019-09-24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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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공촌정수장 전경. /경인일보 DB


이물질 유입에 기준치 이상 높아지자 고의로 멈춰 '정상'으로 바꿔놔
市 수치만 믿었다 초동대처 실패… 警, 혐의 포착 '조직적 은폐' 수사집중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붉은 수돗물 사고 발생 당일 공촌정수장의 탁도를 정상인 것처럼 조작하기 위해 고의로 탁도계를 껐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로인해 혼탁한 물이 정수장에 유입됐음에도 정상 수치를 나타낸 탁도계만 믿고 안일한 대응에 나섰다가 화를 키웠다.

23일 인천시와 경찰, 법원 등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공전자기록위·변작 및 직무유기 등 혐의로 당시 상수도사업본부 공촌정수장 소속 직원 A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지난 20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함에 따라 일단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A씨 등은 지난 5월30일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에 수산정수장의 물을 대체 공급하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공촌정수장의 탁도를 측정하는 기계 작동을 고의로 멈춰 수치 그래프를 정상으로 조작한 혐의다.

환경부 조사 결과 수계전환 직후인 오전 9시 48분께 정수장에 이물질이 유입돼 탁도가 기준치 이상으로 서서히 높아졌는데 낮 12시 31분 수치가 사고 이전 수준으로 수직 하강했다.

환경부는 탁도계의 오작동을 의심해 이를 '고장'이라고 밝혔지만, 경찰 수사에서 당시 근무 직원이 탁도계를 고의로 껐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계는 특정 버튼을 조작해 탁도계를 끄면 그래프에는 정상 수치를 송출하는 모델이라고 한다.

앞서 지난 8월 13일 인천시의회의 특별조사위원회에 탁도계 업체 관계자도 참고인으로 나와 "국가 공인 검증기관에서 탁도계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작동은 없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공촌정수장에는 수돗물 생산 공정별로 총 35개의 탁도계가 설치돼 있고, 문제가 된 탁도계는 수돗물이 정수장에서 급수구역으로 나가는 최종 관문에 있던 탁도계다.

인천시는 탁도계 수치를 근거로 사고 발생 직후 정수장은 오염되지 않았다고 장담했다가 이물질이 유입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는 바람에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

경찰은 상수도사업본부 측의 조직적 은폐 의혹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인천시에 총 7명의 직원에 대한 수사 개시를 통보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직원 2명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과 법원의 기각을 부인하지는 않으면서도 "수사가 끝나지 않아 피의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인천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경찰로부터 수사개시 통보만 받았을 뿐 구체적인 혐의와 구속영장 신청까지 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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