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넘긴 생필품… 인터넷 몰 '넘나들다'

이준석 기자

발행일 2019-09-24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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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등 정상가의 10%에 판매
항의고객엔 "사전에 공지" 면박
식품과 달리 법적 처벌규정 전무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 떠안아

수원에 사는 한모(33)씨는 지난달 생필품을 주문하기 위해 인터넷을 둘러보다 정상 가격의 10분의 1 수준에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보고 곧 바로 필요한 샴푸, 세제 등을 결제했다.

이틀 만에 제품을 받아보고 별다른 의심 없이 샴푸를 사용한 한씨는 며칠 뒤 두피가 심하게 가려운 증상을 겪고 결국 피부과 신세를 졌다.

판매처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라는 사실을 사이트에 공지했다"는 말 뿐이었다. 사이트를 다시 확인하니 작게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란 안내가 적혀 있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항상 사용하던 치약을 구매한 김모(42·여)씨도 제품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치약이 담겨 있는 포장 상자가 변색되고 구겨져 있는 등 새 제품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바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직원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니 양치가 아닌 청소 목적으로 사용할 사람만 구매하라'고 사전에 알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가격만 보고 판매 사이트 전체를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나의 잘못도 있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 버젓이 판매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SNS, 오픈마켓 등을 통해 유통기한이 지난 생필품 등을 판매하는 업체가 최근 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소비자만 피해를 입고 있다.

23일 유명 포털사이트 등에서 유통기한과 함께 치약·샴푸·세제 등을 검색하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비롯해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을 정가의 10% 수준에 판매하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통기한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해도 되는 최종시한으로, 이 기한을 넘긴 제품은 부패 또는 변질되지 않았더라도 제조업체에 반품해야 한다. 식품뿐 아니라 생필품도 해당된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 시 최대 3개월의 영업정지 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 조항은 식품에만 적용될 뿐, 화장품 및 의약외품 판매에 대한 처벌 규정은 전무하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외품, 화장품 등을 판매할 시 사업자를 처벌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며 "피해가 발생해도 처벌 조항이 없어 별다른 조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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