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신경제강국]소재부품 '국산화'

우리 잠재력 가리고 있던 '일본을 걷어내다'

황준성 기자

발행일 2019-10-08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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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핵심소재 3종
日 수출규제 두 달여 만에 '脫일본' 희망
주요부품 7개 중 6개 2~3년내 자체생산
'포토레지스트'등 장시간 필요한 품목도
정부 적극적인 규제완화로 힘 실어줘야

#소재부품 '국산화' 진전


한국이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수급에 차질을 빚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해 일부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두 달여 만에 '탈일본' 노력의 성과가 조금씩 빛을 내고 있다.

다만 한국도 일본에 대해 백색국가(수출 우대국)를 제외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무역 협정 위반이라며 제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면서 무역 갈등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산업계는 여전히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 한국은 완제품 일본은 소재·부품, 양분화된 IT 왜?


한국은 일본에 대한 중간재 조달 의존도가 높고, 일본은 주요 수요처로서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호공생의 구조를 보이고 있다.

무역적자 규모가 큰 주요 반도체 소재·부품과 장비는 국내에서 일본으로의 수출은 거의 없는 반면 수입 의존도는 매우 크다. 반대로 일본은 반도체 장비 및 부품에 대한 한국 수출 의존도가 높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일교역에서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입배수(수출액 대비 수입액)는 46배를 상회하고 시스템반도체의 수입배수도 11배에 달한다.

2018년 일본의 반도체장비 총 수출액 중 한국 비중은 34%이고, 특히 무역흑자의 50.5%가 한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했다.

디스플레이장비에서만 한국 내 디스플레이산업의 자립도가 높아지고 디스플레이 제조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늘어나면서 일본의 한국 수출 의존도가 2008년 36%에서 지난해 7%로 하락했다.

일본의 경우 갈라파고스화(시장의 니즈와 부합하지 않아 경쟁력이 약화) 현상이 짙어져 완성품 IT산업의 경쟁력이 감소했으나 오랜 기술 축적을 요구하는 소재와 부품에서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사실 IT 소재와 부품은 기술 개발과 품질 평가 과정에서 실패 위험도가 높은 반면 시장 규모는 협소해 신규 업체의 진출이 용이하지 않다.

실제로 IT 소재 가운데 규모가 큰 산불화질소(NF3)도 글로벌 시장 규모가 1조원이 채 안되는 수준이고, 대부분 개별 품목의 시장도 규모가 2천억~3천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고객사인 대형 IT 제조사들은 수많은 소재와 부품 중 일부에만 결함이 있어도 전체 생산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제품의 이용을 꺼리는 경향이 크다.


■ 손 놨던 소재·부품 개발, 뒤늦게 추격

한국도 이 같은 이유로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소재와 부품에 대해 등한시한 것은 사실이다. 뒤늦게서야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를 계기로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 8월 5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등의 국산화와 장기적인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 특별법(상시법)을 마련하고 금융지원 및 세제와 규제 특례 등을 통한 패키지 지원책을 제시했다.

 

산업계가 규제 완화를 요청해 온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도 개선할 예정이다.

우선 일본의 수출규제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지원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단기간 내 일본 제품과 기술 수준을 대체할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려워 국산화의 일차 단계는 현재 확보된 국내 기술로 어느 정도까지 실제 생산 단계에 투입될 수 있는지, 이용의 확장성을 검토하는 차원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그나마 국내 주요 IT 제조사들이 국산 제품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태도를 전향함에 따라 시장 진입의 기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중소 소재·부품· 장비 기업에 긍정적이다.


■ 일본 수출 규제 두 달여 만에 성과 보이는 소재 분야


국내 업체가 국산화에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은 고순도 불화수소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일부 공정에 일본 불화수소 대신 국산제품 등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도 국내 업체 솔브레인이 중국산 원료로 만든 불화수소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솔브레인을 비롯해 후성, ENF테크놀로지, SK머티리얼즈 등 국내 기업들이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애초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개월 만에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하고 일본산을 대체한 것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액체형(에천트)의 경우 2020년부터 국산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식가스는 기술 개발의 초기 단계로 양산화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불화폴리이미드는 더 긍정적이다. 지난해 일본 수입 의존도는 85%로 높은 수준이나 점차 감소(2012년 7천만달러→2018년 2천만달러)하고 있고, 국내 화학업체들이 생산하는 유색 폴리이미드(PI)와 무색 PI 모두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 받고 있다. 

 

국내에 관련 기술이 축적된 편이며, 투명 PI의 경우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올해 양산을 시작했고 SKC와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중에 생산 설비를 완공할 예정이다. LG화학도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의 의존도(2018년 93.1%)가 높고 관련 국내 기술 부족으로 일본제를 대체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일본이 규제하겠다고 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수출을 허가하면서 국내 기업이 당장의 타격은 피했다는 점이다.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서지 않지만 나머지 주요 소재·부품인 블랭크마스크와 포토마스크, 실리콘웨이퍼, 섀도우마스크도 국산화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 주요 7개 품목 중 6개 품목 2~3년내 국산화 가능성 커


우리금융경제연구소는 우리의 기술력과 생산 가능성을 기초로 분석한 결과 7개 품목 중 6개 품목이 2~3년 내 국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기준 일본 수입 금액 규모로는 11억달러, 7개 품목의 수입금액 78% 정도가 국내 기업 제품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 표 참조


그럼에도 국내 산업계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의 수출을 허가했지만 언제든 자의적으로 통제할 수 있고 블랭크마스크·포토마스크·섀도마스크·실리콘웨이퍼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수십년간 축적된 일본의 소재·부품 기술을 완벽히 따라가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금융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기존 주력 기술의 특허 장벽이 높은 데다가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실제 생산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실패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2년 내외의 기간에 예상 수준의 국산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대기업 고객사들의 품질 검증 기회 확대, 국산화된 기술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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