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말 가운데 '착하다'라는 단어가 있다.
예전에는 사람에게만 사용하던 것을 요즘에는 물건의 성능대비 가격을 따져 마음에 들면 '착하다'고 한다. 착하다는 말을 나타내는 한자는 선(善)이다. 흔히 진선미라고 할 때 진은 진실성 미는 아름다움이라 한다면 선은 착함이다.
그런데 착하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부모에게 순종하면 착하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주위에 이익이 되는 일을 솔선하거나 자신이 희생해서 남을 돕는 것도 착하다고 한다. 그리고 착하다는 선(善)은 좋다거나 잘한다는 등의 뜻도 겸한다.
주역에서는 "계승하는 것이 착함"이라고 하였다.
한 번은 음이 되고 한 번은 양이 되는 우주적 섭리가 도(道)라면 그것을 훼손하지 않고 잘 계승하는 것을 착하다고 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봄에 싹이 터 나오는 현상이다. 겨울 혹한에 꽁꽁 얼어붙은 땅속에서 생을 마감한 줄로만 알았던 생명이 다시 땅을 뚫고 나올 때 봄의 덕이 참 착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무정하고 잔인하게 생명을 단절시키지 않고 다시 싹으로 틔워주는 봄의 마음이 착하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보면 아버지의 좋은 점을 잘 이어받는 것도 착한 것이 되고 조직으로 보면 전임자의 업적을 잘 계승하는 것도 착하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계승하는 내용이 합당하고 가치 있는 것일 때 그것을 계승하는 것이 착한 것이지 무조건 계승하는 것이 착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무엇인가를 계승할 것이 있으면 한 번쯤 생각해볼 주제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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