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화재시 닫힌 비상구 '죽음의 문'이 될 수도 있다

류재명

발행일 2019-10-1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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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불편 이유 폐쇄·물건 쌓아두면
화재 발생땐 막대한 피해 초래
위반행위 신고포상제 운영하지만
개개인이 자율적 안전의식 갖고
'안전 무시 관행 근절' 나서야

수원소방서 소방특별점검단장 소방령 류재명
류재명 수원소방서 소방특별점검단장 소방령
지난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에 위치한 스포츠센터에서 끔찍한 참사가 있었다. 당시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확산해, 29명의 희생자와 수많은 부상자가 나왔다. 인명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여러 문제점이 나왔다. 그중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건 스포츠센터 건물 내 비상구의 관리실태였다.

3층 남성사우나에서는 손님과 함께 있던 이발사가 비상구의 위치를 정확하게 숙지해 비상계단으로 안전하게 대피했기 때문에 화를 면했다. 반면 2층 여성사우나는 비상구 내부에 물품을 쌓아둔 선반이 놓여 있는 등 관리가 부실했고,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만약 비상구가 잘 관리됐다면,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했을 것이고, 인명피해도 줄었을지 모른다.

비상구(Emergency Exit·非常口)의 사전적 정의는 '화재나 지진 따위의 갑작스러운 사고에 급히 대피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한 출입구'다. 위급한 상황에서 비상구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죽음의 문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히 관리·유지돼야 할 비상구가 영업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폐쇄되거나, 물건을 쌓아두는 장소로 사용된다면 화재 등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게다가 목욕탕이나 음식점,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은 처음 방문한 이용자들이 많아 대피 통로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비상구의 유지·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이에 경기도는 안전한 비상구 확보를 위해 지난 2010년 4월부터 비상구 폐쇄 등 위반행위 신고포상제 운영조례를 제정해 적용했다.

신고포상제는 비상구 폐쇄·훼손 등 위반행위에 대해서 도민의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동시에 적정한 포상을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질적인 안전 무시 관행을 근절하고, 비상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확산해,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다.

주요 신고대상은 방화문 또는 문틀을 철거(제거)하거나 방화문의 기능을 저해하는 행위, 계단·복도(통로) 또는 출입구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 계단·복도에 방범철책 등을 설치해 폐쇄·훼손하는 행위, 방화 셔터 작동범위 내에 장애물을 설치해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 비상구 등에 용접·조적(벽돌을 쌓는 것)·쇠창살·석고보드 또는 합판 등으로 폐쇄하는 행위 등이다.

신고는 직접 본 위반행위를 48시간 내에 현장사진 및 영상자료 등 증빙자료를 첨부하면 된다. 관할 소방서를 직접 찾아가도 되고, 우편이나 팩스도 가능하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비상구 신고센터에 접속해,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다. 지금은 1개월 이상 경기도에 거주한 사람만 신고할 수 있지만, 누구나 신고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다.

신고된 사항이 관할 소방서에서 현장 확인과 심의 절차를 거쳐 위법으로 확인되면, 신고자에게 건당 5만원의 신고포상금이 지급된다. 지금은 현금으로 제공되지만, 경기도 지역상권의 활성화와 소상공인 육성을 위해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것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거안사위(居安思危)'. 편안할 때도 위태로울 때의 일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화재 예방 역시 마찬가지다. 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만큼 화재 위험은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자율적인 안전의식을 가지고, 비상구 폐쇄 등 안전 무시 관행 근절에 함께 솔선수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간다면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류재명 수원소방서 소방특별점검단장 소방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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