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진 칼럼]마음의 문턱

홍창진

발행일 2019-10-08 제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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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호의적이지 않는 이유는
생각보다 높은 내마음의 문턱 원인
누군가 말문 닫는다면 나를 돌아봐
그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관찰하고
적극적으로 물어 관계를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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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산다는 건 결국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 서로 주거나 받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를 시작으로 형제, 친구 이어서 학교와 직장 인연까지 평생에 걸쳐 무수한 인간관계를 이루게 됩니다. 이런 여러 관계 속에 돈이든 마음이든 무엇을 얼마만큼 주고받느냐에 따라 사람의 됨됨이가 평가됩니다. 그 평가에 따라 상처받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지요.

나는 이 정도면 많이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턱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때 상대는 아쉬워하고 아쉬운 표현을 들은 사람은 "너는 내게 무얼 해주었느냐"며 화를 냅니다. 하지만 서로의 잘잘못을 따져봐야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서먹해지고 맙니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입니다. 그 프로그램은 어떤 관계에 놓인 두 사람이 5분간 대화 없이 눈 맞춤을 하고 그다음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제가 본 장면에서는 스물여섯의 미혼모가 일곱 살 난 아들과 출연했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눈을 맞추는 순간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젖은 눈을 쳐다보다말다 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약간 원망이 섞인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았습니다.

눈 맞춤이 진행되기 전에 왜 어린 아들과 눈을 맞추고 싶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사실 엄마는 스물이 채 되기도 전에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 아빠와 그의 집안에서 낙태를 종용해 결국 외부모가 되었다고 합니다. 비록 아빠 없이 홀로 아이를 낳았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 무슨 일이든 마다않고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날 일곱살배기 아들이 갑자기 가출을 했다는 겁니다. 엄마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고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 신청을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5분간의 눈 맞춤을 끝낸 엄마와 아이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먼저 물었습니다. "왜 그때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간 거니?" 한참 동안 몸을 꼬며 말을 않던 아이가 엄마의 거듭된 질문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엄마가 큰 소리로 말했잖아."

그토록 사랑한 아들이지만 마음만 앞섰을 뿐 표현은 늘 큰 소리로 화난 듯 말하기 일쑤였던 겁니다. 생각해보면 엄마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그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아빠 없이 아이를 키우려니 얼마나 무섭고 불안했겠습니까? 각박한 현실을 홀로 맞서 살아내려니 사랑하는 아이에게조차 지친 마음과 짜증이 묻어나온 것입니다. 아들을 얼싸안으며 엄마는 "앞으로 절대 큰소리로 말하지 않을게. 엄마가 잘못했어"라며 울먹였습니다. 아이는 엄마 품 안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매일 뽀뽀해주고 안아줘."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 아이의 엄마처럼 나를 돌아보고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가족과 이웃을 향한 내 마음의 문턱이 무척 낮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자녀에게, 친구와 동료에게 나는 할 만큼 잘하는데 왜 나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느냐고 투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상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높은 내 마음의 문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마음의 문턱을 낮추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상대를 관찰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주 물어보는 것입니다. 누군가 내게 말문을 닫는다면 그건 내 마음의 문턱에 하자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그를 세심히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물어야 합니다. 그 답이 구해지면 내 문턱을 더 낮춰서 그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사람이 많이 행복합니다.

/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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