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통합 메시지' 아예 없는 편가르기 세상

김정순

발행일 2019-10-02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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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장관 임명 '긍정-부정' 갈려
의혹 위법·윤리 본질보다 '진영논리'
갈등만 보이고 '합의 노력' 안보여
분노·분열보다 냉정 찾는게 바람직
'네편-내편' 싸움 폐해 국민들 몫


수요광장 김정순2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최근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부부가 재임 시절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다. 휴먼다큐 '아메리칸 팩토리'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상을 수상하며 영화사들의 찬사 속에서 '융합'이라는 메시지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다큐 내용은 미국 내 중국 공장 얘기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국경과 문화 차이로 갈등이 있지만 이를 뛰어넘는 융합을 다루고 있다. 다큐는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에 신선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편가르기식 정치로 인한 갈등과 분열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은 시기에 이런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던진 융합메시지가 전 세계에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치의 갈등은 이와 전혀 다른 양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

사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통합에 대한 신념과 노력은 이미 재임 시절에 높게 평가받았다. 실례로 재임 당시 이라크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찬성과 반대로 갈라지는 심각한 갈등 상황에서도 오바마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국민을 감싸안았다. 갈등을 부추기는 대신 통합에 이르는 연설로 그렇게 했다.

"우리 미국에는 두 부류의 애국자가 있다. 하나는 이라크전에 찬성하는 애국자이고, 또 하나는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애국자다."

대통령의 이 연설은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으로 가는 힘을 발휘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관련,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갈등 상황은 어떤가. 어느 정치인이 신념을 가지고 통합을 향한 노력을 보여줬던가? 조국 장관 혹은 정치권의 누군가를 비난하는 대신에 통합 메시지로 국민을 설득한 이가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질 않는다. 신념을 내세우며 정치인들의 삭발 릴레이가 있었지만, 통합 메시지와는 거리 먼 퍼포먼스였을 뿐이었다. 더구나 야당의 행보는 '발목잡기식'으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상대를 맹비난하는 거친 모습 외엔 그 무엇도 없었다.

민주주의에서의 정당 정치를 하려면 필연적으로 정당 간 서로 다른 의견과 조우하게 된다. 조국 장관 임명과 관련해 긍정과 동의도 많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아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갈등 수준을 간과하기에는 우려스럽다. 편향된 언론의 보도 방식은 말할 것도 없고 분노 표출 방식도 다양하게 감지된다. 조 장관을 둘러싸고 있는 의혹에 대한 위법성 여부나 윤리적 책임이라는 문제의 본질보다 진영논리로 확장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요란스럽게 변질되고 있어 갈등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국 장관을 지지하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같은 시간 건너편에서는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렸고 그 다음날에는 검찰이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과 혼란스러움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물론 상대 진영의 잘못에 책임을 요구하며 집회할 수 있다. 또한 대립하고 경쟁하며 의견을 내고 서로 충돌할 수도 있다. 건전한 대립을 통해 통합에 이르는 과정과 그 노력 속에서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성숙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은 갈등만 보이고 함께 풀어내려는 합의 노력은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통합은커녕 편을 갈라서 서로 자꾸만 벌어지려고 하고 있다. 마치 공동체 정신은 실종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싸울 수도 있지만 대개는 대화에 공을 들이며 설득하거나 서로 양보해 타협 지점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싸워서 양측 모두 손해를 보기보다는 타협하는 방법이 손실과 위험을 줄일 수 있어서다.

갈등과 분열로 가는 것 같은 현재 상황에서는 의견을 보태며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분열만 더 심화될 것이다. 분노하며 분열로 가기보다는 냉정을 유지하면서 여·야 모두 리스크 관리를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네편 내편' 편을 갈라 진영 싸움의 늪에 빠지게 될 때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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