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들국화

권성훈

발행일 2019-10-0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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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어찌

이 쓸쓸한 시절을 견딜 수 있으랴



너 없이 어찌

이 먼 산길이 가을일 수 있으랴



이렇게 늦게 내게 와

이렇게 오래 꽃으로 있는 너



너 없이 어찌

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 향기 있으랴

도종환(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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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제일 먼저 와서 빨리 지는 꽃이 목련꽃이라고 한다면 가장 늦게 와서 오래 있는 꽃이 들국화일 것이다. 들국화는 깊어가는 가을에 피어나 찬 서리 맞으며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킨다.

당신에게도 들국화 같은 사람이 곁에 있던가. 하늘이 높아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이 가을날 피어난 사람 있기에 '이 쓸쓸한 시절을 견딜 수' 있는 것처럼 홀로 고독하게 걸어가는 인생이라는 '이 먼 산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늦게 내게 와" 흔들리는 바람결에도 "이렇게 오래 꽃으로 있는 너"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들국화이고 싶어진다.

수없이 꽃은 피고 지지만, 온몸 다해 가을을 견디고 있는 들국화 같은 사람 되어 '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 향기' 하나 피워 올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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