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인천(仁川)이 모르는 부산(釜山)

이충환

발행일 2019-10-02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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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정치인등 극지연구소 이전 끈질긴 도전
쇄빙연구선 취항 10주 기념행사 용역 입찰
5일만에 '일정변경·규모축소'이유 돌연 취소
도대체 무슨일이… 인천은 부산속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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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3년 6월 16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대선 패배 이후 첫 행사로 선거 당시의 출입기자단과 북한산 산행을 했다. 문 의원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부산으로 이전하는데 그 가운데 극지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를 떼놓고 부산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부산시민들이 많이 화가 나 있다"면서 "극지연구소는 해양생태, 자원, 북극항로와 연관된다. 지리적인 위치를 봐서도 부산이 극지연구의 센터가 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해 11월 21일 해운대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 북극항로 개척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을 재차 강조했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극지연구소 부산 이전이 부산지역의 최대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서병수 시장후보가 사무총장 때 극지활동진흥법안 발의에 서명한 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무소속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현 부산시장)은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의해 당연히 부산으로 오기로 돼있던 극지연구소를 인천에 잔류시키는 법안에 서명한 것은 명백히 부산의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시장이 되면 "지역NGO와 시민운동을 통해서라도 극지연구소를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오 후보는 "극지연구소 부산 이전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부산이 동북아 해양경제수도로 가기 위한 2대 필수 과제"라며 여야후보 공동공약으로 채택하자고 제의했다.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부산 지역사회가 다시 극지연구소 이전 관철을 위해 하나로 뭉쳤다. 3월 15일 서병수 시장은 '부산, 대통령 자격을 제시하다!'라는 꽤나 도발적인 타이틀이 붙은 부산시 대선공약 브리핑을 직접 했다. 40개 채택요구 공약 중 대표공약 10개를 추려 발표했는데 '제2 극지연구소 및 극지체험·박물관 건립(부산극지타운)'이 포함됐다. 부산 출신 문재인 후보 당선으로 선거가 끝난 직후인 5월 25일 부산시는 해양수산부를 방문해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을 정식 요구했다. 이어 30일에는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부산항발전협의회 등 시민운동단체들이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2019년 6월 17일 '극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취항 10주년 기념 부산시민 승선 체험행사'가 오거돈 시장, 김영춘 의원(전 해수부장관) 등 지역인사들과 부산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열렸다. 아라온호는 부산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건조돼 2009년 11일 인도명명식을 가진 바 있다. 행사를 후원한 한 언론사는 2분40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부산에서 건조된 쇄빙선 아라온호' '취항 10주년 맞아 고향에 돌아왔다' '극지타운 조성, 제2 쇄빙선 모항 지정 등을 교두보 삼아 동북아 극지 관문도시로 도약 목표' 등의 자막을 내보냈다.

2019년 8월 26일 국회에서 '공공기관 이전 시즌2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부산의 최인호 의원을 비롯한 여당의원 주최로 열렸다. 발제에 나선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정부가 추가 이전해야 할 공공기관 대상 210개에 인천의 극지연구소를 포함시켰다. 국토교통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성과 평가 및 정책지원 용역'을 연내 완료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 관련 용역에 극지연구소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확인했다.

아라온호의 모항은 인천항이다. 인천에 아라온호를 운영·관리하는 극지연구소가 있기 때문이다. 아라온호는 지난 7월 12일 다시 인천항을 출발해 84일간의 북극항해에 나섰다. 그런데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랫말이 곧 아라온호의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지난달 20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남극과학기지 월동연구대 발대식 및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취항 10주년 기념식 행사용역 입찰공고가 떴다. 극지연구소가 오는 10월 23일 인천항 1부두 11선석에서 조촐하게 여는 행사다. 하지만 닷새 뒤 돌연 행사용역 취소공고가 게시됐다. '행사계획의 변경(일정변경 및 규모축소)'이 이유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인천은 부산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충환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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