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 칼럼]관전평

방민호

발행일 2019-10-0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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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문제다·윤석열이 문제다…
요즘 나라가 '두쪽… 세쪽' 난 느낌
'시비 가리지말라' 부처님 말씀 무색
日·北·中·美 앞에서 두패로 갈려 난리
패 나눈 어느 한쪽 선택당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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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토요일에는 춘원연구학회 주관의 학술대회가 있었다. 춘원은 이광수의 호, 그러니까 이광수 문제를 연구하는 학회다. 서울여자대학교 정문 앞 어문교육회관이 대회 장소, 필자는 여기서 '김구의 '백범일지'와 이광수'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도록 되어 있었다.

김구라면 기미년 삼일운동 직후 중국 상하이로 가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한 이래 광복 때까지 독립 투쟁에 헌신한 분인데, 어째서 이 분의 '자서전' '백범일지'가 '대일협력자'로 '악명' 높은 이광수에 의해서 정리될 수 있었던 것일까? 이미 김원모 선생 같은 역사학자가 이 문제를 논문으로 밝힌 적도 있지만 역사와 문학이 만나고 항일 독립운동가와 대일협력자가 만나는 이 진귀한 풍경을 명쾌하게 논의하기란 쉽지 않았다.

몇 주간 이기웅 선생의 열화당에서 3년여 각고 끝에 2015년에 펴낸 '백범일지' 한글 정본을 가지고 다니며 '상권', '하권', '계속' 편 등으로 이루어진 김구 '직필'의 '백범일지'을 읽다 보니 모르던 사실도 많고 '깨닫는' 일도 많다. 그중에 생각하게 되는 한 가지는 김구 선생이 '한국독립당'을 이끌어 나간 어떤 방침에 관한 것이다.

당시에 한국 독립운동가들은 사회주의자, 민족주의자 등이 여러 갈래를 치며 분립해 있었고 이 분산된 역량을 하나로 모을 지혜가 절실한 터였다. 이때 김구, 이시영, 조소앙, 차리석 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한국독립당이 내건 이념은 '독립'이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나라를 일본에 빼앗겼으니 어떤 주의보다 앞서는 가치는 독립일 것이요, 이 독립이 이루어지고서야 민주주의든 공산주의든 그 밖의 어떤 주의든 독립된 사회를 어디로 만들어 가자는 논의가 현실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이요, 그러므로 현재는 모든 주의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가치 '독립'을 향해 나아가자는 것이 바로 한국독립당의 취지였던 것이다.

이 문제를 국민대학교의 장석흥 교수는 차리석의 논리를 들어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이를 차리석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던 안창호의 '대공주의' 이념에 연결 지었다. 이 대공주의는 여러 가지로 규정할 수 있겠지만 작은 '나', 작은 분파의 이익이나 이념에 치중하지 않고 전체가 함께 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김구는 이러한 안창호, 그리고 차리석 같은 사람의 논리를 실천에 옮긴 독립운동가였다.

학술대회가 끝나고 저녁식사도 마치고 마침 자동차가 갑자기 방전이 되어 긴급출동을 불러 어렵게 고치고 집으로 향하는데 강남에서 강북으로 가는 길이 멀었다. 더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서초동 검찰청, 사랑의교회가 있는 큰길에서 교대 앞 사거리까지 교통을 완전 통제 중이었다.

이날의 교통 통제가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 어디 가도 나라가 두 쪽, 세 쪽이 난 느낌이다. 도대체 조국을, 검찰을 어찌해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조국이 문제다, 윤석열이 문제다, 진중권, 유시민은 왜 저러느냐, 황교안, 나경원은 어떻다, 김어준이 어떻다, 세상에 정권 잡고 있으면서도 데모하는 건 또 뭐냐 등등 세상이 난리가 나도 이런 난리가 없다. 불교에 시비를 가리지 말라 했건만 요즘 세상은 부처님 말씀 무색하게 시비투성이이다.

대공주의, 독립노선, 이런 것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듯이 한갓 몽상적 이상에 불과하단 말이냐. 세상은 어찌 됐든 보수나 진보, 우파나 진보, 이런 식으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냐.

일본, 북한, 중국, 미국 앞에서 우리는 지금 두 패로 나뉘어 난리를 치른다. 왜 호불호가 없겠는가, 왜 어디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없겠는가. '절대로' 이 나라의 거대한 두 파 중 어느 한쪽 편에 서고 싶지는 않다. '김갑수 TV', '장기표', '이해생각' 같은 생각들에 귀 기울여 보며 두 패로 나눈 어느 한쪽을 선택 당하지 않는 길을 생각한다. 어둠과 혼란, 혼돈이 이렇게 넓고 깊기도 어렵지 않은가 한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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