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상]부평에 역사를 담고 음악이 흐르는 문화도시를 심다

차준택

발행일 2019-10-08 제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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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째 이어온 삼산두레 '부평풍물대축제'
육군조병창·토굴등 일제강점기 '아픈역사'
'노동운동의 메카'로 민중음악 성장 시켜
정부 '문화도시 지정' 시민문화 결속 기회

차준택 인천광역시 부평구청장
차준택 인천광역시 부평구청장
부평구는 참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이앙법이 확대 보급되면서 넓은 평야지대였던 부평은 농경문화가 번성한다. 대규모 농경지를 개간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두레' 상호협력 조직을 활성화했고, 특히 삼산두레는 인근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영좌(마을이나 단체의 우두머리) 두레'로 이름이 높았다. 부평구는 '부평(삼산)두레풍물'이라는 소중한 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1997년부터 풍물을 중심으로 한 부평풍물대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부평은 또한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아픈 역사'를 떠안게 된다. 일본은 1939년부터 지금의 캠프마켓 부지와 그 일대에 '인천일본육군조병창'을 설치해 패망 전까지 전쟁 물자를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징용됐고,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처했던 '미쓰비시 줄 사택' 등도 남아 아픔의 흔적을 전하고 있다. 또 일본이 연합국 공습에 대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호(토굴)도 아픔의 역사 중 하나다. 부평 지하호 일부는 소래포구에서 들여온 새우젓을 보관하는 장소로 쓰이기도 한다. 조병창 부지는 해방 후 미군의 여러 보급기지가 들어서며 애스컴 시티로 바뀐다. 대규모 미군부대가 주둔하면서 부평의 생활사에 각종 영향을 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음악'에 대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미군 클럽을 중심으로 서양의 최신 악기와 원판 LP(long playing) 등 다양한 대중음악 자원이 유입됐고, 1950년대 중반부터는 로큰롤 등이 전파된다. '돌아가는 삼각지' 배호와 '노란 샤쓰의 사나이' 한명숙, 조용필 씨가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은 김홍탁, 설명이 필요 없는 신중현 등이 애스컴 시티 인근 클럽 무대에 올랐다.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거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여기에 노동운동에서 시민운동으로 이어지는 시대정신 역시 부평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역사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 당시 지주에 맞선 농민들의 소작쟁의는 해방 후 공장의 정상 가동을 위한 공장자주화운동으로 이어졌고, 이후 진행된 노동자 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원천이 됐다. 공단 조성 이후 다수의 공장이 들어선 부평은 1970년대 많은 지식인들이 모이면서 과거 일제에 맞섰던 농민운동의 전통과 맞물려 '노동운동의 메카'가 된다.

부평에서 전개된 노동운동의 집중은 민중음악도 성장시켰다.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는 1977년 부평의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동료의 결혼식을 위해 노래 '상록수'를 작곡했다. 민중가요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자인 고 박영근 시인은 부평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부평평야에 풍물 울림이 커지면서 공동체가 결속했고 구속의 아픈 시대를 지나 미군이 주둔하면서 함께한 음악이 대중음악으로 이어졌다. 부대 인근 클럽을 중심으로 서양음악이 소개되고 국내 정서와 어우러지면서 대중음악의 산실이 되었다. 지금, 부평에 융화되어 있는 역사·음악 자산을 시민문화와 결속해 지역사회 공동체가 다시금 더불어 발전하도록 할 절호의 기회다.

부평은 '역사를 담고 음악이 흐르는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수년째 노력하고 있다. 올해 말께 발표 예정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지정 사업'은 부평에 새로운 희망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역사와 음악을 결합하여 '문화도시 부평'을 이뤄내 도시브랜드를 높이고 관광산업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로 부평이 재도약하도록 하고 싶다. 23년째 해마다 계속해 온 올해 부평풍물대축제를 ASF(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방지를 위해 열지 못했다. 1년에 한 번, 전통을 담은 축제를 위해 땀 흘리며 준비해 온 구민과 관계자들에게 거듭 죄송스럽고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내년에 문체부가 지정한 '부평 문화도시 원년'을 기념하며 마련할 축제에서 올해 못다 한 행복한 만남을 기대해본다.

/차준택 인천광역시 부평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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