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미 "여배우들, 자긍심 갖고 일류 연기자 돼야"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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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 '영화인 김지미' 행사가 열린 지난 4일 오후 부산 남포동 비프광장 야외무대에서 배우 김지미(왼쪽)가 안성기를 격려하는 모습. /연합뉴스

원로배우 김지미가 충무로를 이끌어 나갈 후배 여배우들을 격려했다.

'영화계 여장부' '동양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 불리는 배우 김지미(79)는 지난 4일 부산 중구 남포동 BIFF광장 무대에 올랐다.

'커뮤니티비프 오픈 토크-김지미를 아시나요'라는 이름으로 열린 행사다. 무대 앞 광장에는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 관객 200여명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서 김지미를 열렬히 맞았다. 

사회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김홍준 감독이 맡았다.



은발의 짧은 커트에 회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김지미는 "부산 시민들의 조금은 '극성스러운' 열정 덕분에 부산영화제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저 역시 17살에 배우가 돼 현재까지 여러분이 주신 사랑을 듬뿍 받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무대 위에는 김지미와 한국영화 반세기를 함께한 안성기(67)도 자리했다. 두 사람은 1957년 '황혼열차'로 데뷔한 뒤 '초설'(1958) 등 총 8편에서 호흡을 맞췄다.

김지미는 "'황혼열차'에서 저는 보육원 보모 배역이었고, 안성기는 고아로 나왔다. 그때 인연을 맺었다"면서 "나이로 보면 선후배 사이지만 엄연한 동료"라고 강조했다.

안성기는 "사실 그때 너무 어려서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다"면서 "다만 김지미 선배님이 정말 예뻤다는 것은 기억난다"며 웃었다. 이를 듣던 김지미는 "선배 아니야! 동료야"라고 거들었다.

안성기는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의 한 가운데 있었던 분이 김지미 선배님"이라며 "80~90년대에는 제작과 영화인들의 단체를 위해 애쓰셨다"고 말했다

김지미는 여고 3학년이던 1957년 김기영 감독 눈에 띄어 영화계 데뷔했다. 당시 이목구비가 돋보이는 서구적 외모와 다른 배우들과 차별화한 연기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춘희'(1967·정진우), '토지'(1974·김수용), '을화'(1979·변장호) 등에 출연하며 1960∼70년대 최고 스타로 자리했으며 60여년간 700여편에 이름을 올렸다.

1980년대 중반에는 영화제작사 지미필름을 차려 '티켓'(임권택·1985), '명자 아끼꼬 쏘냐'(이장호·1992) 등 7편을 제작했다.

김지미는 "17살 먹은 소녀가 세상 물정 모르고 영화계 픽업돼 영화 일을 하다 보니 영화가 사회에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불우한 세대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화법도 바뀌었다"며 "그때 규제가 너무 심해 편협한 영화로 흘러갔다. 우리 같은 사람은 연기할 수 있는 영화가 없어졌다"고 떠올렸다.

김지미는 "당시 유흥가 여성들을 모델로 해서 찍는 영화들만 통하고, 사회 고발성 영화는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니 사실상 배우로서 직장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였다"며 영화 제작에 뛰어든 계기를 설명했다.

김지미는 1990년대에는 두 차례에 걸쳐 영화인협회 이사장을 지내면서 스크린쿼터 및 UIP 직배 등과 관련해 영화계 수장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후배 여성 영화인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저는 여성, 남성을 구별하지 않고 생각한다"며 "요즘에는 풍요롭고 좋은 환경에서 영화가 만들어진다. 한국영화가 이만큼 발전하기까지 영화인들의 큰 노력과 후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배우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일류가 돼야 한다"면서 "그렇게 좋은 배우로서 칭호를 받게 되고, 남자와 여자 구별이 안 생긴다. 좋은 연기자가 되려면 자존심과 자긍심을 갖고 정말 연기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원태기자 wt2564@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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