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의 '나무이야기']이름만큼 붉게 물드는 단풍이 아름다운 붉나무

조성미

발행일 2019-10-07 제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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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
산속·들판서 7m까지 자라나
열매의 짠맛 소금 대신 사용
벌레집 말린 '오배자' 한방약재
나무 성분 치매치료제로 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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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과 함께 봄날의 화사한 꽃이 부럽지 않은 고운 자태의 가을 단풍이 내려앉았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은 길지 않은 가을이 주는 큰 선물로, 이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설렘의 시간이 길지 않은 것이 아쉽기만 하다. 올해 단풍은 지난 9월 초에 있었던 늦더위와 큰 피해를 주고 지나간 태풍으로 인해 예년보다 좀 늦게 시작되었지만, 다행히도 맑은 날씨 속에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단풍색은 예년과 비슷하게 곱고 예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풍이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붉은 단풍이 최고다. 당연히 이름에 단풍이 들어가는 단풍나무과의 나무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지만, 가을을 붉게 물들이는 나무 중에 대표적인 나무가 붉나무이다. 이름에서부터 붉은색이 연상되는 붉나무는 화살나무와 함께 가장 새빨갛고 화려한 단풍이 들어 가히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남에서는 불타는 것처럼 붉다 하여 불나무, 강원도에서는 뿔나무, 경상도에서는 굴나무로 부르기도 하며, 열매의 짠맛 때문에 염부목 또는 염부자라고 하기도 한다. 혹은 백충창 또는 문합이라고도 한다.

옻나무과에 속하는 붉나무는 낙엽 소교목으로 키가 7m 정도 자라고,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데 주로 산속에 척박하고 양지바른 너덜바위 지역이나 들판에 서식한다. 성장 속도가 빠르며 수명이 짧아 기껏해야 수십 년밖에 살지 못한다. 붉나무는 전반적인 모양과 생김새가 옻나무와 매우 비슷하지만 잎줄기에 양 날개가 있어 잎을 보면 쉽게 구별된다. 붉나무는 옻나무와 달리 독성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간혹 피부가 예민한 사람들은 붉나무를 만지고 두드러기가 난다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붉나무의 잎은 타원형의 작은 잎이 나란히 붙어서 큰 잎을 이루는 깃꼴겹잎이다. 수피는 표면이 미끄럽고 반들거리는 특징이 있으며 생나무를 태웠을 때 매끄러운 수피가 터지면서 '타다닥'하고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7월부터 9월까지 피는 꽃은 암수 딴그루이며 원뿔 모양 꽃차례로 살포시 내려앉은 눈송이처럼 아주 작은 연노란색이나 하얀 꽃이 빼곡하게 뭉쳐서 핀다. 단풍이 들기 전부터 한겨울이 지나서까지 매달려있는 붉나무의 열매는 작은 구슬 목걸이 여러 개가 뭉쳐 길게 늘어져 있는 것 같아 금방 눈에 확 띈다. 팥알만 한 납작하고 둥근 열매가 수도 없이 달려 있는데, 가을이 깊어갈수록 열매에는 단단한 씨앗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과육에 흰 가루가 생긴다. 소금을 발라 놓은 것 같은 이 가루는 제법 시고 짠맛이 나는데 이것을 긁어모아두면 소금을 대신해 음식에 사용할 수 있었다. 먹고 살기 궁핍해 산속에서 화전을 일구어 살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귀하디귀한 게 소금이었다. 구하기 힘든 소금 대신 쓸 수 있었으니 비상시에 꼭 필요한 나무로 톡톡히 귀한 대접을 받았다. 예전에 내륙의 사찰이나 민가에서 간장을 담글 때 사용했으며, 지금도 산촌에서는 두부를 만들 때 열매를 뜨거운 물에 담가 우려낸 후 간수로 사용하고 동치미를 담글 때 붉나무 가지를 넣어 간을 맞추는데 그 맛이 아주 일품이라고 한다.

붉나무에는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하는 오배자(五倍子)라는 귀중한 약재가 달린다. 오배자는 잎자루 날개에 열매처럼 보이는 주머니 모양의 벌레집(蟲 )인데, 진딧물이 기생하면서 잎의 진액을 빨아 먹으면 그 주변이 부풀어 올라 벌레집이 되며 초기에는 연두색이다가 점차 붉은색이 짙어진다. 7, 8월경 진딧물이 다 자라 구멍을 뚫고 탈출하기 전에 따서 불에 쬐어 벌레를 제거한 뒤 햇볕에 말린 것이 바로 오배자다. 오배자는 한방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어왔으며, '동의보감'에 보면 '피부가 헐거나 버짐이 생겨 가렵고 고름이나 진물이 나는 것을 낫게 하고, 특히 아이들 얼굴에 생기는 종기와 부인병을 치료하는 데 좋다'고 한다. 오배자는 타닌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염료로도 많이 쓰인다. 붉나무는 어린 순을 따서 삶아 말려두었다가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최근에는 붉나무 가지에서 추출된 성분이 중풍으로부터 신경보호 효과를 높이고 혈관성치매 환자의 치료제로도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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