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경기실내악축제 예술감독 맡은 첼리스트 송영훈

"어려운 책, 처음엔 읽기 힘들지만 감동… 실내악도 그런 것"

강효선 기자

발행일 2019-10-09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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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 라디오 DJ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는 첼리스트 송영훈이 '경기실내악축제'의 연출을 맡아 예술감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제안을 승낙하게 된 배경은

20대 중반부터 세계 각국 축제 많이 다녀
직접 무대 꾸며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중점을 두고 준비한 것이 있다면

낯선 장르인 만큼 쉬운 곡들로 프로 구성
계속 접하다 보면 매력을 느낄 수 있을것

#지역 축제 아쉬움도 느꼈다는데

너무 쉽게 생겼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최고의 연주로 오래도록 이어지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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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인데 첼리스트 송영훈은 한 분야에서만 37년을 활동했다. 

 

그가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음악이 주는 가르침과 새로운 매력 때문이다.

송영훈은 "첼로를 아무리 오래 했어도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를 선물하기 위해 지금도 학생의 자세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을 거슬러 보면 그의 길다면 긴 음악 사랑은 이미 어린 나이부터 예고됐다.

그는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 무대를 통해 클래식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는데 당시 그는 어린 연주자임에도 불구 당찬 연주를 선보이며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세계 최고의 줄리어드 예비학교를 거쳐 줄리아드 음대, 영국 왕립 노던 음악원, 시벨리우스 아카데미까지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으며 연주실력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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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음악 내공을 바탕으로 그는 세계 무대로 발을 넓혀 활약했다.

 

솔로이스트로서 잉글리쉬 체임버 오케스트라, 뉴욕 체임버 오케스트라,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세계적인 연주자로 거듭났다. 

 

또 클래식의 매력을 대중에게 전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라디오 DJ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라디오 진행을 다시 맡아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아직도 첼로를 연습하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알아가고 있다.

 

첼로를 통해 보람, 뿌듯함, 곡에 대한 수 많은 감정을 알아간다. 음악과 예술은 끝이 없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무한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다양한 음악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실내악축제
연주자, 라디오 DJ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예술감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올해부터 '경기실내악축제'의 연출을 맡고, 10월 한 달 동안 경기도 곳곳에서 실내악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송영훈은 "20대 중반부터 세계 각국의 실내악 축제를 많이 다녔다. 해외 곳곳에는 이런 축제가 많이 펼쳐지고 있다. 20년 동안 이런 축제들을 다니면서 한 가지 꿈이 생겼다. 언젠가 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실내악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무대를 꾸며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예술감독 제안이 들어왔을 때 기쁜 마음으로 승낙을 했다. 좋은 마음이 크지만 한 편으로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가지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실내악 장르는 클래식 보다 더 낯선 장르다. 실내악은 솔로이스트 2명 이상인 소규모 팀이 공연을 펼치는 것을 말하는데,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연주자가 서로 양보하고, 맞추는 과정이 필요해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어려운 장르로 꼽힌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실내악 공연을 접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런 어려운 장르를 끌고 가야 하는 만큼 부담도 크다. 

 

그는 "이전 축제와 차별점을 두기보다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려운 곡들이 아닌 관객들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쉬운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관객에게 오케스트라 공연, 독주회 등은 익숙하지만, 실내악을 알고 즐기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국내에 실내악 공연이 많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장르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어려운 곡들로 구성하면 더욱 다가가기 어렵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어 관객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곡들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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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어려운 책은 시작은 힘들지만 넘기다 보면 읽게 된다. 이런 책들은 두고두고 보게 되고,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받게 된다. 실내악에도 그런 깊이와 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시작은 어렵겠지만, 접하다 보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을 알게 되면 다음 번에도 자연스럽게 축제를 찾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음 예술감독을 맡은 만큼 어려움도 있었다. 우선 경기도 지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으로 발생 지역의 공연이 취소돼 장소가 변경되면서 한 차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또 악기만 연주 하던 때와 달리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두 반영해야 하기에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고 했다.

송영훈은 "왜 이 커다란 축제의 감독을 맡고 싶었는지, 왜 실내악 공연을 좋아하는지 내 자신에게 되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론은 함께할 수 있어 괜찮다는 것이었다. 실내악은 덜 외롭다는 장점이 있다. 모두 함께할 때, 같은 메시지를 주고받고 음악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마음을 되새겼더니 문제를 풀고, 해결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고 전했다. 


다양한 해외 축제를 접해 온 그는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지역 축제에 대한 아쉬운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십 년 진행되는 외국 축제와 달리 국내에서는 많은 축제가 꾸준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제 막 시작하는 '경기실내악축제'가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항상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무대를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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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런 축제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만 너무나 쉽게 생겼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축제는 규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많은 사람을 위해 진행되는 축제가 있어야 한다. 경기실내악축제는 이제 겨우 5회째를 맞는 축제다. 이 축제가 오래 이어지기 위해서는 흥행도 중요하지만 최고의 연주로 관객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향을 받은 축제는 분명 다시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게 되면 축제는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여년 오롯이 한 길만 걸어 왔기에 지칠 법도 한데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송영훈은 "9월부터 가을 시즌이 시작되면서 연주회 투어를 다니고 있다. 또 앞으로 남은 실내악 축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라디오 진행도 다시 맡게 되면서 DJ로서 활동도 이어갈 예정이다. 축제가 끝나면 겨울부터는 음악제들을 준비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고 감동을 주는 연주를 많은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글/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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