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軍벙커 설치 모르고 산 땅… 정상 영업 못해 '빚더미에'

김우성 기자

발행일 2019-10-10 제10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김포 토지매수자 박씨 컨테이너박스 생활
토지 매입 이후 대출이자를 내지 못해 은행에서 임의경매가 들어온 박씨는 현재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토지주와 잔금 지급 수차례 갈등
현금보관증·공사대금 지불 '각서'
관련訴 패소하자 경매로 땅 넘겨


군(軍) 벙커가 설치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김포 접경지역 땅을 샀다가 재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10월 3일자 8면 보도)한 박모(48)씨는 지난 2017년 3월 초 월곶면을 지나다가 우연히 부동산매매 안내현수막을 봤다. 해당 토지는 차량 통행이 잦은 국도48호선 대로변에 있었다.

전화를 걸자 상대방인 A씨는 "땅 명의만 OOO로 돼 있고, 내게 인감과 도장, 위임장이 다 있으니 나와 이야기하면 된다"고 했다. 레저사업을 구상하던 박씨는 토지를 매수할 경우 사업이 가능한지 문의했고, A씨는 "군부대와 협의 볼 것도 없다. 도와주겠다"며 안심시켰다.

A씨가 도와주겠다는 건 소위 '업계약'이었다. 실제보다 큰 금액에 매매가 된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하면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총 1천600여㎡ 땅을 7억5천600만원에 매수하는 조건으로 그해 3월 27일에 계약을 체결한 박씨의 잔금 지급일은 같은 해 5월 12일이었다.

그러나 5월 2일 은행에서 대출승인이 부결됐고, 박씨는 잔금을 일주일만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씨는 계약서를 다시 쓰도록 했다.

그런데 예정됐던 19일에 A씨는 이전등기를 위한 서류를 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은행 측도 대출금 송금을 잠정 중단했다.

애가 탄 박씨에게 A씨는 잔금일 연기로 손해를 봤다며 2천만원 현금보관증과 공동시설 공사대금 지불각서를 쓰라고 요구했다. 이를 써주고야 등기를 마칠 수 있었다.

이때부터 박씨에게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졌다. 자신의 필지에만 군 벙커가 들어서고, 정당한 전기공사에 민원이 제기되는가 하면 통신 설비가 파손됐다. 곡선 주로에 위치해 입간판 없이는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데도 입간판을 세우는 족족 신고가 접수됐다.

박씨는 현금보관증과 지불각서가 억압에 의해 일방적으로 생긴 채무임을 밝혀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고, A씨는 그 즉시 박씨의 땅을 강제경매에 넘겼다.

정상 영업을 못하는 사이 박씨의 부채는 15억원 가까이 불어났고 부인은 곁을 떠났다. 현재 작은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박씨는 "얼마 전 전기가 끊겼을 땐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더라"고 말했다.

박씨의 주장에 대해 A씨는 "계약일 다음 날 건축사사무소에서 박씨와 도면을 보면서 군 벙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공동시설 공사대금을 삼등분하는 조건도 박씨가 분명히 동의했다"며 "박씨가 3개 필지 중에 가장 좋은 땅을 선점해놓고 자꾸 욕심을 부리고 있다. 매수금보다 더 주겠다며 땅을 되팔라 해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영업 안 되는 게 내 탓은 아니다. 차량 많은 이 대로변에 수영장을 만들어놓으면 영업이 되겠느냐. 그 수영장은 군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김우성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