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화음으로 엮는 힐링

변광옥

발행일 2019-10-18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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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수원시 승격 70주년
합창제는 단풍 곱게 물든
10월 22일,
경기도 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가곡서부터 18세기 종교음악
필자 詩에 입힌 창작곡도 선보여


변광옥 난파합창단 단장
변광옥 난파합창단 단장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힐링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힐링(healing)이란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면서 지쳐있는 심신을 보듬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힐링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나의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조용히 음악을 감상한다든지 산책을 한다든지, 또는 트래킹을 하면서 체력을 단련시키는 일 모두가 힐링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는 합창을 통해 힐링을 체험해보고자 했다.

합창은 초등학교 다닐 때 급우들과 해본 경험밖에 없지만, 가까이 지내는 친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다. 입단하게 된 합창단은 올해 54주년을 맞는 난파합창단이다. 난파합창단은 우리나라에 합창을 처음 들여와 정착시킨 홍난파 선생을 기리기 위해 1965년 뜻있는 음악인들이 모여 설립하였다. 반세기를 훌쩍 넘긴 난파합창단은 연륜에 걸맞게 지역사회에 많이 알려진 아마추어 합창단이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힐링은 고사하고 무거운 짐을 진 듯한 중압감이 나의 어깨를 누르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단원들의 격려와 지휘자의 깊은 배려로 단원으로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난이도가 높은 곡을 접할 때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합창은 독창과 달라 성부(聲部)별로 음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려운 부분은 살짝 빠지는 기술도 합창에서는 매우 중요한 테크닉이라고 지휘자께서 용기를 주신다. 그래서 합창은 아마추어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하는 지휘자의 말이 매력을 더했다.

독창은 가수에 따라 성향에 맞게 기교도 부리지만 합창은 지휘자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음과 박자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적 표현들을 맞춰야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곡이 선정되면 꾸준히 아름다운 하모니가 이루어질 때까지 다듬어 가는 연습을 하게 된다. 합창을 하는 동안은 끊임없이 지휘자와 교감하면서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 지휘에 따라 여울처럼 흐르던 화음이 때로는 용트림 치듯 하는 지휘자의 몸짓에 따라 폭포수처럼 쏟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발산하는 화음이야말로 쌓였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올해는 수원시 승격 70주년 합창제에 참가해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성원을 받은 바도 있다. 날로 발전하는 모습이 피부에 와 닿을 때마다 짜릿함을 느낀다. 더 넓은 합창의 세계로 발돋움하기 위해 삼복더위도 아랑곳없이 연습에 몰두해왔다. 누군가 말했듯이 배움이 좋아서 푹 빠져 즐기는 사람에게는 이길 수 없다고 하였다. 이것이 곧 힐링인 것 같다.

노력한 만큼 합창에 참여한 기쁨도 얻게 된다. 연습 때마다 한 음계에서 반음을 올리고 내리는 음정이 틀렸을 때 귀신같이 찾아내던 지휘자의 지적이 야속할 때가 많았지만 그것을 극복하면서 단원들과 화음을 맞췄기에 아름다운 결실을 체험하게 되는 것 같다.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뭐가 있으랴. 합창으로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청중에 대한 예의며, 그것이 이루어질 때 합창의 매력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지휘자의 말이 오늘따라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올해 정기공연은 단풍이 곱게 물든 계절인 10월 22일에 경기도 문화의 전당 대극장에서 하기로 결정되었다. 국내 가곡에서부터 18세기에 비발디가 작곡한 'Gloria, RV 589' 등 그 시대 종교음악으로 신을 찬미하던 명곡들이 선정되었다. 지난해 쌓았던 경험을 토대로 올해는 더 훌륭한 하모니를 청중들에게 보여 주자고 단원들과 뜻을 모았다. 아름다운 하모니가 청중을 매혹시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올 때 보람과 희열을 느끼는 것이 합창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나의 작품 '고향의 밤'이란 시(詩)에 지휘자가 곡을 붙여 단원들과 함께 합창하게 되어 더없이 기쁨을 느끼는 공연이 될 것 같다. 가을날 곱게 물든 단풍처럼 아름다운 하모니를 청중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벌써 무대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 날을 기다리는 마음,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듯 가꾸어 가련다.

/변광옥 난파합창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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