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실검, 뉴스, 그리고 댓글

박상일

발행일 2019-10-17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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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사망' 소식 생전보다 더 뜨거운 뉴스
고인 힘들게 했던 '악플 문제' 여전히 난무
특정광고업체 '상업적 악용' 검색유도 비판
정부·포털·언론사 고질병 해결방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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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또 한 명의 아까운 청춘이 세상을 떠났다. 스물다섯 살, 한참 아름다운 시절에 스스로 세상과 작별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깜짝 놀랄 뉴스이기도 했다. 순식간에 각종 온라인 매체를 타고 소식이 전해졌다. '설리 사망' 소식은 그날 최고의 '빅 뉴스'였던 조국 장관의 전격 사임 소식을 밀어냈고, 이틀 동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를 지켰다. 그렇게 '설리'는 생전보다 더 뜨겁게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수천개의 뉴스가 생산됐고, 더 많은 댓글과 비판과 서로 다른 입장들이 물밀듯 쏟아져 나왔다. 구속과 편견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고인 관련 이야기는 생전 그토록 고인을 힘들게 했던 '악플(악성 댓글) 문제'로 번졌다. 악플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지만, 비판을 비웃듯 악플은 여전히 난무했다. 뉴스와 비판에 악플이 달리고 다시 비판이 이어지는 악순환. 슬픈 소식보다 더 슬픈 현실이 실검-뉴스-댓글 시스템을 통해 펼쳐졌다.

흔히 '실검'이라 불리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실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제는 실검이 뉴스의 생산을 좌우하기도 한다. 많은 언론사들이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실검에 뜬 단어로 뉴스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쏟아진 뉴스에는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수많은 댓글들이 달린다. 특히 연예인이나 정치인 관련 소식들이 실검에 자주 오르내리는데, 여기서 왜곡된 뉴스와 악플이 활개를 친다. 하지만 무더기로 쏟아지는 뉴스와 무더기로 달리는 댓글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악플이 포털의 영역을 벗어나 SNS로 자리를 옮겨가면 통제를 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실검을 시작점으로 뉴스와 댓글, SNS까지 악순환이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굳어지고 말았다.

최근에는 특정 포털의 실검이 상업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정 상품과 관련된 단어, 또는 노골적으로 특정상품의 이름이 실검 상위에 오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한번 실검에 오르면 관련된 뉴스와 각종 댓글들이 쏟아지면서 관심이 증폭되기 마련인데, 특정 광고업체들이 퀴즈와 같은 방식으로 검색을 유도해 실검을 장악하는 모양새다. 실검이 특정 광고업체들의 손에 놀아나다 보니, 애초 실검의 취지였던 '국민들의 관심을 판단하는 기준'은 빛이 바랬다.

포털 관계자와 대화하는 자리에서 물었다. "실검이 이렇게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언론을 황폐화하고 상업적으로 악용되는데 대한 대책은 없습니까?" 포털 측의 대답은 간단했다. "실검은 철저하게 실제 검색 횟수를 반영하며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습니다." 결국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책은 없다는 이야기여서 다시 한 번 속이 상했다.

어쨌든 설리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은 또 한 번 언론 보도와 악플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렸다. 언론사들은 이번에도 인권과 윤리의 기준을 넘어서는 경쟁적 보도 행태로 뭇매를 맞았다. 언론사들의 과도한 경쟁의 배경에는 언론계의 어려운 경영 상황이 자리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경쟁에 기름을 붓는 것이 다름 아닌 실검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론사들 스스로 실검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악플 문제 또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악플 문제는 워낙 오랫동안 이어진 고질병이 되어서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시장경제를 함부로 얽어맬 수 없기 때문이다. 실마리를 풀어가는 데 있어 실검을 시작점으로 하는 악순환 문제를 심각하게 살펴봤으면 한다. 정부와 포털과 언론사가 함께 노력해 해법을 찾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이들을 잃는 비극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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