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물가에 또 금리인하…'가보지 않은 길' 눈앞

시장예상 부합한 행보…경제지표 악화에 '매파' 입지 줄어
역대 최저금리 도달하면서 '실효하한' 논쟁 커질 듯

연합뉴스

입력 2019-10-16 13: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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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낮춘 것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국내 경기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대두하면서 금리 동결을 고수할 명분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펴면서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이날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이란 전망을 놓고 큰 이견이 없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인하의 주된 배경은 성장세 둔화"라며 "올해 성장률이 2%도 힘들어 보이고 내년 역시 잠재성장률(한은 제시 기준 2.5∼2.6%)을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올해 성장률 2.2% 달성이 녹록지 않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2.2%는 한은이 지난 7월 경제전망 때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다.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하락해 1965년 통계 집계 후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해 농축수산물 가격 폭등의 영향이 작용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저물가 장기화 기대의 확산을 차단할 필요성이 커졌다.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은 지난 8월 금통위 회의에서 이미 나왔다.

7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낮춘 데 이어 신인석 위원과 조동철 위원은 8월 회의에서도 0.25%포인트 인하가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금리동결 의견을 낸 다른 위원들도 금리 인하에 반대한다기보다는 7월 금리 인하의 효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았다.

금리인하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적인 의견을 낸 위원은 1명이었다. 경기둔화로 '매파'(통화긴축 선호)의 입지가 과거보다 좁아진 것이다.

이 총재도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회복세를 지원하는 데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춘다는 정책 신호(시그널)를 금융시장에 보낸 상황"이라고 말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내려 한은으로선 정책 여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점으로 다시 내리면서 시장의 관심은 추가 인하가 가능할지에 쏠릴 전망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15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2%로 제시해 지난 4월 전망 때보다 무려 0.6%포인트나 낮췄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경제 불확실성이 교역과 투자를 가로막으며 실물경제 둔화세 가중하는 모양새다.

다만 기준금리가 이미 '실효하한'에 근접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있는 점, 금리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점,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등은 추가 금리인하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에 도달하면서 실효하한 추정과 '가보지 않은 길'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의 이동은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을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며 "내년 1분기 한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그 이후 기준금리는 경제지표를 보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