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포기했는데"…의정부경전철 사업자에 투자금 반환 처지

의정부시, 소송서 패소…반환금, 1년 예산 10분의 1 넘어
"투자 활성화하려다 지자체 재정부담 유발"…타 사업 영향 전망

연합뉴스

입력 2019-10-16 14: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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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시가 파산한 경전철 전 사업자에 1천억원 이상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이자까지 더하면 의정부시 한 해 예산의 10분의 1이 넘는다.

법원이 국내 민간투자사업 도입 이후 처음 제기된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사업자 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민간투자사업이 투자를 활성화하려다 지방자치단체 재정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민간투자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부지법 민사합의12부(김경희 부장판사)는 16일 의정부경전철 전 사업자들이 의정부시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의정부시가 사업자들에게 청구액 모두인 1천153억원과 연 12∼15%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날 법정에서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컨소시엄인 의정부경전철 전 사업자가 2017년 5월 3천600억원대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고 양측이 맺은 협약도 자동 해지되면서 비롯됐다.

의정부경전철은 2012년 7월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총사업비 5천470억원을 의정부시와 사업자가 각각 48%와 52% 분담했다.

이에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의정부경전철 출자사와 대주단을 비롯해 파산관재인 등 사업자 측은 투자금 일부인 2천200억원을 돌려달라고 의정부시에 요구했다.

의정부시가 이를 거부하자 전 사업자들은 같은 해 8월 '협약 해지 때 투자금 일부를 사업자에게 돌려준다'는 내용의 협약을 근거로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의정부시는 "사업자가 '도산법'에 따라 파산, 스스로 사업을 포기해 협약이 해지된 만큼 협약에서 정한 약정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업자 측은 "도산법에 의한 파산이더라도 의정부시와의 유일한 협약이기 때문에 이에 준해 해지금을 줘야 한다"고 맞섰다.

소송에는 일단 1천153억원만 청구했다. 승소하면 나머지 돈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여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법원은 이날 사업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의정부시는 항소할 계획이지만, 이대로 확정되면 사업자 측이 최초 요구한 2천200억원에 이자까지 더해 지급해야 될 수도 있다.

사업자 측이 의정부경전철에 투자한 금액은 3천억원가량이다. 법원 판결로 투자금을 돌려받을 경우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4년 반 동안 적자운영을 하고도 손실이 거의 없는 셈이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민간투자 사업자들이 이번 판결에 주목한 이유다.

정부는 1995년 도로와 철도 등 공공사업에 대한 재정 부담을 덜고자 민간 기업의 자본을 끌어들인 대가로 일정 기간 수익을 보장하는 민간투자사업을 시행했다.

그리고 1998년 관련 법인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법'이 개정되면서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투자자가 거의 손해를 입지 않는 구조로 바뀌었다.

민간 투자를 쉽게 하려고 법을 개정했지만, 공공사업을 함께 추진한 지방자치단체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영 중이거나 추진 중인 민간투자사업은 지난해 말 기준 735개다.

662개는 운영 중이며 59개는 추진 중이다. 나머지 14개는 사업자 운영 기간이 끝나 소유권이 지방자치단체에 넘어갔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소송에서 질 수도 있어 상당 금액을 준비해 둔 상태라 재정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스스로 파산했는데도 자기 투자금을 챙겨갈 수 있도록 한 나쁜 선례"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