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물 버드 스트라이크' 위협받는 저어새-건축물이나 방음벽에 새가 충돌해 죽는 '구조물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와 관련해 인천시가 올해 안에 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할 계획으로 실태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송도국제도시 인근에서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이자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사고 다발지 실태조사후 연내 개선
청라등 높이 나는 철새에 '위협적'
사유건물 많아 협조 어려움등 '과제'
투명 방음벽이나 고층 건물에 새가 부딪쳐 죽는 '구조물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10월 8일자 15면 보도)되자 인천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투명 유리창 형태의 고층 건물이 많은 인천 송도 등 조류 충돌 취약 지역에 대한 대책 마련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16일 오후 강화군을 제외한 9개 군·구, 국립생태원 관계자와 '투명 방음벽 설치 현황 조사 및 조류 충돌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인천 지역에서 발생하는 구조물 조류 충돌 실태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건축물이나 방음벽에 충돌해 죽는 새는 연간 800만 마리로 추정된다.
이날 회의에서 기초자치단체들은 약 1주일간 조류 충돌이 빈번한 구조물 위주로 먼저 실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관건은 송도와 청라 등 투명 유리창 형태의 고층 건물이 많은 지역에 대한 대책 마련이 될 전망이다. 장거리를 나는 철새들은 다른 조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는데, 이들 지역의 고층 건물은 철새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송도와 청라는 저어새 등 멸종위기 철새가 찾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겨울철 이동을 앞두고 충돌 우려가 큰 상황이다.
문제는 실태 조사부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연수구는 지난해 하반기 환경부 지침에 따라 한차례 관내 조류 충돌 실태를 조사했는데, 충돌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지난해 인천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연수구에서 구조한 조류 충돌 사고만 12건으로, 신고되지 않은 사고까지 합치면 실제는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더욱 철저한 조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부장은 "송도를 한번 방문했다가 한 음식점 창문에 10마리가 넘는 새의 충돌 흔적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큰 위험이 있음에도 문제는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사를 통해 송도의 경향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유 건물이 많아 조치에 대해 시민들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 여러 방면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고층 건물이 많은 송도, 청라, 영종 지역의 조류 피해가 어느 정도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태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주요 위험 지역을 먼저 개선한 뒤 단계별로 대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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