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4만3천여마리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한 강화도에서 이번엔 매몰지 인근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돼지 사체가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시 강화군의 한 돼지 농가 매몰지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불은면 돼지농장 10여개 배출구
부패 가스에 서있기 조차 힘들어
"이런 적은 처음" 잇단 피해호소
플라스틱 저장조방식 냄새 유발
정부 "빠른 시일내 재처리 계획"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으로 관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한 인천 강화에서 매몰지 인근 주민들이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각종 피해가 잇따르자 강화군은 저장조에 매몰한 사체를 다시 발굴해 다른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오후 찾은 강화 불은면의 한 돼지 농가. 농장 내부에는 약 2천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한 매몰지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매몰지 주변으로는 약 2m 높이의 철제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고, 매몰지 상부에는 10여개의 가스 배출구가 있었다.
매몰지 주변으로 다가가자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5분도 채 서 있기 힘들 정도였다. 돼지 사체가 부패하면서 발생한 악취가 가스 배출구를 통해 나오는 것이었다.
문제는 매몰지 인근에 다수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악취가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약 30년간 이 마을에서 살았다는 주민 A(67)씨는 "살처분을 하고 난 뒤로 집 문을 여는 건 꿈도 못 꾸고 있다. 밤에 문을 닫고 잠을 자도 역겨운 냄새가 집 안으로 들어올 정도"라며 "지난 구제역 사태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곳에서 살면서 이런 악취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농가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인근 주민들의 고통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강화군은 관내 4만3천여마리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했다. 대부분 플라스틱 저장조에 돼지를 매몰하는 방식을 택했다.
저장조의 규모는 보통 약 20t으로, 저장조 하나당 약 100마리(80㎏ 돼지 기준)의 돼지가 매몰됐다.
이 방식은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우려 등이 적은 장점이 있지만, 내부에서 발생하는 각종 가스를 내보내는 배출구가 외부에 있어 악취를 유발한다.
강화군은 악취필터 보강, 탈취제 투입 등을 통해 악취를 억제하고 있지만 주민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강화군은 매몰지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최근 정부에 매몰지를 발굴해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현행법상 매몰지는 원칙적으로 향후 3년간 발굴이 금지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와 협의해 허가를 얻으면 이전 발굴이 가능하다.
강화군 관계자는 "각종 악취를 저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의 매몰지 발굴 허가가 있기 전까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매몰지 발굴 소멸 사업에 최대한 강화지역을 우선적으로 배정해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재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단백질이 분해되는 매몰 초기 이후에는 어느 정도 악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앞으로도 주민 피해 최소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