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신뢰 추락한 경찰, 개혁백서 제출해야

경인일보

발행일 2019-10-21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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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오늘 인천 송도에서 74회 경찰의 날 기념식을 갖는다. 하지만 70년을 훨씬 넘긴 경찰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끝모르게 추락한 상태다. 과거와 현재의 극단적인 부실수사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국사태가 검찰개혁으로 전이되면서 상대적인 주목도가 떨어졌지만,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 경찰의 수사권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근본적인 회의가 들 정도다.

먼저 이춘재의 자백으로 드러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실상은 당시 경찰 수사가 총체적 난장판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10차례로 기록됐던 화성사건은 이춘재의 자백으로 14차례의 살인과 30여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 사건으로 확대됐다. 경찰의 수사 무능이 여실히 드러났다.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경찰의 강박증은 마구잡이 범인조작으로 이어졌다. 8차 사건 범인으로 복역한 윤모씨는 경찰의 강압수사로 범인이 됐다며 재심을 준비중이다. 경찰 수사를 받던 9차, 10차 사건의 용의자 2명은 자살했다. 인권을 짓밟은 경찰의 비과학적 강압수사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가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가. 버닝썬 사태에서 경찰청장보다 높아 소위 '경찰총장'으로 회자됐던 윤 모 총경에 대한 봐주기 경찰 수사는 검찰에 의해 철퇴를 맞았다. 경찰은 윤 총경을 유흥업소에 단속정보나 흘려준 잡범으로 기소했지만, 검찰은 수사 무마대가로 비상장 주식을 받은 권력형 중범죄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윤 총경이 조국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에도 연루됐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수사 능력이 없었다기 보다 윤 총경의 비리 수사를 자체적으로 조절했다는 비판은 당연하다. 그 결과 검찰에 의해 경찰청이 압수수색당하는 치욕을 당했다.

지금 정치권과 국민 여론이 집중하는 검찰개혁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경찰을 전제한 논의다. 표면적으로는 공수처 설치로 갑론을박하지만,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직접수사를 제한해 경찰에 넘기는 검경수사권 조정이다. 검찰개혁의 결과,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직은 고위 공직자를 전담하는 공수처가 아니라 수사권한이 대폭 확대된 경찰조직이다. 이 문제를 외면하는 현실도 괴이하지만, 국민 불신을 받는 경찰에게 아무런 견제없이 무소불위의 수사권을 안겨주는 일이 졸속으로 진행될까봐 걱정이다.

경찰은 스스로 뼈를 깎는 개혁백서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가 본격 거론되자마자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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