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 '여자친구 살해범' 대만 간다는데 대만-홍콩 왜 다툴까

배후엔 '대만주권' 문제…대만 정부간 교섭 통한 인도 바라지만 홍콩은 '부작위'

연합뉴스

입력 2019-10-23 16: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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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살해 용의자인 홍콩인 찬퉁카이(陳同佳)의 신병 인도 방식을 놓고 대만과 홍콩 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살인 용의자가 스스로 범행 장소인 대만에 가 자수하고 처벌을 받겠다는데도 제삼자가 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갈등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대만의 주권 존재 여부를 둘러싼 미묘하고도 복잡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정부와 홍콩 정부 사이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는 어떤 형식으로 홍콩인인 찬퉁카이를 살인 범행 장소인 대만으로 옮길 것인지에 있다.

대만은 홍콩과 정부와 정부 간의 정식 형사 공조 형식으로 찬퉁카이를 넘겨받기를 원한다.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홍콩 정부가 대만에서 발생한 살인죄를 기소할 권리는 없더라도 홍콩 당국이 먼저 찬퉁카이의 신병을 확보하고 기존의 수사 자료와 함께 용의자 신병을 대만에 정식 채널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 측은 홍콩 정부가 아무 관여를 하지 않고 찬퉁카이가 개인적으로 대만에 가도록 두는 것은 대만의 주권을 무시하고 중국의 일부분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여긴다.

찬퉁카이가 지난 18일 돌연 대만에 자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대만 정부가 '정치적 조작'이라며 신병 인수를 거부하겠다고 강력히 반발한 데에는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

찬퉁카이가 살인죄로 단죄받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대만 정부는 다시 입장을 바꿔 이번에는 직접 찬퉁카이의 신병을 확보하다겠다면서 경찰관을 직접 홍콩에 보내겠다는 다소 무리한 주장까지 펴고 나섰는데 이는 대만의 사법 주권 문제를 부각하기 위한 차원의 행동으로 풀이된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23일 "찬퉁카이에게는 체포만 있을 뿐 자수라는 것은 없다"며 "홍콩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반대로 중국에 속하는 홍콩 특별행정구가 대만이 원하는 정식 형사 공조 절차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가 형기가 끝나 석방된 이상 정부가 관여할 일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찬퉁카이가 홍콩 사회에 약속한 대로 대만에 가서 죗값을 치를지는 오로지 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찬퉁카이는 이날 출소 직후 "피해자의 가족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으며, 대만으로 가서 죗값을 치르고 싶다"고 밝혔지만 언제 대만으로 떠날 것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1949년 현 중국의 수립 이래로 중국은 대만을 수복되지 않은 자국의 일부분으로 여겨왔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일부인 홍콩 정부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

아울러 일회성이라고 해도 정부 간 형사 공조 형식으로 찬퉁카이를 대만에 넘기게 되면 홍콩에서 겨우 진정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과 관련된 우려가 다시 증폭될 수 있다는 점 역시 홍콩 정부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상하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