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알릴레오를 어떻게 봐야 하나?

이용성

발행일 2019-10-2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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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미디어 유튜브든 기존 언론이든
영향력 걸맞은 책임요구 받는것 당연
1967년 함석헌의 '언론 게릴라전'
전통적 취재문법 벗어나지 못하는
2019 언론 공정성·윤리 재검토 필요


월요논단-이용성1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오래전 일이다. 1967년 당시 박정희 정권에 통제되지 않았던 동아일보마저 '신동아 사건'으로 흔들리면서 신문기업이 정권의 영향력에 편입됐고 한때 일간지를 능가하는 판매부수를 기록하기도 했던 종합잡지 '사상계'도 철저한 탄압으로 위기에 직면했었다. 종교언론인 함석헌은 국가권력의 대항언론에 대한 탄압이 본격화되고 미디어가 시장의 논리에 지배되기 시작하자, 이제 대규모 미디어는 비판언론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파악하고 소규모 언론을 중심으로하는 '언론의 게릴라전'을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공영방송과 신문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자 기존 언론 대신에 새로운 대안언론들이 정치·경제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성급한 주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에 뉴스타파 등 대안언론이 등장했다. 당시 대안언론의 주력은 지상파방송이나 신문에서 일했던 기자나 피디였다. 그들은 공영방송과 신문에서 훈련된 철학과 문법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2012년, 2017년 대선에서는 정부가 공영방송을 통제하는 상황에 있었다. 팟캐스트 등 대안언론이 기존 언론과 결이 다른 콘텐츠로 상당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근 구독자가 100만 명 넘는 유시민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가 관심과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알릴레오가 기존 언론의 역할을 대신하여 언론과 검찰이라는 우리 사회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리란 기대가 크다. 1인 미디어가 기존언론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도 있다. 알릴레오는 기존 언론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팩트 체크 기능뿐 아니라 여론조사보도나 한국 언론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고 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보도를 팩트 체크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이 강화됐다. 알릴레오 방송이 계기가 되어 전통적인 미디어가 인터뷰 대상의 진술 중 일부 내용을 선별적으로 강조해서 진실을 오해하게 하고 검찰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취재 관행이 집중적인 비판을 받게 됐다.

알릴레오는 10월 8일 방송에서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 인터뷰를 KBS 법조팀이 보도하지 않았고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알려줬다고 문제제기했다. KBS 법조팀은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고 팩트 확인을 위해 검찰에 일부 내용을 문의한 적은 있다고 반론했다. 알릴레오는 인터뷰 관련 기사가 원래 취지와 다른 것이고 검찰에 팩트를 확인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재반론을 펼쳤다. 10월 15일 'KBS 범조팀 사건의 재구성'이란 라이브 방송에서는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올려진 KBS 사회부장의 입장문을 중심으로 KBS 취재윤리를 지적했다. 또 이 과정에서 참여 패널의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됐다. 10월 18일 '알릴레오-언론개혁 임파서블'편에서 자산관리인이 KBS 인터뷰 이후 JTBC와 접촉했지만 실패했다는 발언을 했다. JTBC는 21일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고 알릴레오 제작진은 유 이사장 발언에 착오가 있었다고 밝혔다.

알릴레오 라이브방송 중 성희롱 논란과 일부 주장의 오류는 기존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결국 우리 언론과 조국 전 장관 관련 취재윤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유튜브 라이브방송의 한계가 드러났다. 기존 언론에 요구되는 수준의 팩트 체크 기능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1인 미디어든 대안언론이든 영향력에 걸맞은 윤리와 책임을 요구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정권의 언론통제와 미디어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여 새로운 대안언론이 필요했던 1967년 상황과 같이. 출입처 등 전통적인 취재문법과 취재윤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존언론이 제 기능하기 어려운 미디어환경을 반영해서 몸이 가볍고 적극적인 공정성을 추구하는 1인 미디어, 유튜브 언론시대가 열릴 것인가? 아니면 기존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까 1인 미디어가 주목받는 것은 아닐까? 어떤 경우라도 언론보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일부 진영의 정치 지지자들의 반응이라고 정리하기엔 기존 언론보도의 문제는 심각하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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