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낙화를 읽는 저녁

권성훈

발행일 2019-10-29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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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행 버스 안에서 훅 끼친 그 냄새

초경 꿈도 아닌데 몸이 왜 저릿한지

쓸쓸히 되짚어보는

꽃들의 비린 행장行狀



―그때마다 핏자국쯤 웃으면서 치웠거나

―패 하나 못 잡은 채 피박이나 썼거나

―문 닫은 가을 절간에 빈 달만 드높거나



달의 운행 따위 따질 일도 이제 없고

후끈한 열꽃이나 열적게 씻는 녘을

폐閉와 완完, 아슬한 행간

낭화들만 난만해라

정수자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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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사람도 꽃과 같아서 하나의 뿌리에서 피고 나면 지고 마는 법. 한 몸에서 달이 차고 기울듯이 한번 시작된 삶은 끝을 향해 가는 것을. 그렇다고 질 것을 대비해서 피어 있음에 소홀히 말고, 진다고 해서 피어 있음을 부러워 않음은. 피는 꽃은 지는 꽃을 모르지만 지는 꽃은 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문득 '몸이 왜 저릿한지'도 그 몸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훅 끼친 그 냄새'를 기억하는 것. 당신의 시간을 '쓸쓸히 되짚어보면' 여기서 와서 다른―저기로 가는 것이 아닌 여기서 가까운―여기로 착석하는 것으로써 '낙화를 읽는 저녁'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후끈한 열꽃이나 열적게 씻는 녘"에서 '열꽃'으로 '온전한 열림'은 '완전한 닫힘'이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이 가을 열매 맺지 않고 '아슬한 행간' 떨어지는 꽃이라면 그것으로 무결함은 화려함 속으로.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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