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천의무봉(天衣無縫)

고재경

발행일 2019-11-04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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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동계올림픽 선녀 '김연아'
빙판에 흠집없는 '금빛 연기'
그러나 우리시대 위대한 어버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이야말로
흠집하나 없는 무결함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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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천의무봉(天衣無縫)은 하늘 선녀의 옷은 바느질 자국이 없다는 뜻이다. 사물의 완전무결함 또는 인물의 성격과 언행이 흠이 없음을 의미한다.

이선희가 부른 국민 애창곡 '아름다운 강산'(작사/작곡·신중현)은 우리나라 강산을 천의무봉의 전형(典型)으로 묘사한다. '아름다운 강산'의 노랫말은 서정적이고 감동적이다. 가사 전반에 걸친 소재는 순수한 자연의 표상이요 흔적이다. 파아란 '하늘', 하아얀 '구름', 푸르른 '나뭇잎', 푸른 '강물', 붉은 '태양' 그리고 하얀 물결 넘실대는 저 '바다' 등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을 대표한다. 자연은 인공적 기교가 전혀 없다. 그것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의 자연(自然)이니 흠이 있을 수 없다. 비틀즈의 'let it be'(스스로 그렇게 존재한다)도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 그대로의 소중한 가치를 함축한다. 이런 점에서 자연과 동화된 화자인 '내' 마음도 때마침 불어오는 '실바람'에 두둥실 부풀어 오른다. 즉 자연과 화자는 일심동체가 된다.

삼천리 금수강산 '아름다운 이곳에'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손에 손을 잡고 '저 광야로' 달려갈 뿐이다. 또한 한라에서 백두까지 꾸밈없는 천의무봉 화려강산에서 미래의 '새 희망을'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자'고 화자는 강조한다. 아름다운 강산에서 태어나 산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특히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노래하며 사는 이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강산에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때를 반복하며 어김없이 돌아온다. 이 찬란한 평화의 강산에서 '나'와 '너'는 혼연일체가 되어 같은 마음이 된다. '봄 여름이 지나면/가을 겨울이 온다네/아름다운 강산/너의 마음은 나의 마음/나의 마음은 너의 마음'.

임지훈이 부른 '아름다운 그대'(작사·임지훈, 이태윤, 김영현 작곡·이태윤) 노랫말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천의무봉의 화신으로 묘사한다. '그대는 참 담담하셨죠/아름다운 그 미소/그 작은 어깨에/슬픔도 모두/혼자서 참아내고 가셨죠'. 화자에게 어머니는 '담담'한 성격을 지닌 백만 불짜리 아름다운 미소 소유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보다 더 훌륭한 어머니의 미소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 세상의 그 누구보다 어머니의 '그 미소'는 팬케이크처럼 달콤하지 않을까 싶다. 부드러운 빵이 사르르 녹을 때 입안에 번지는 달달함 그 자체처럼 어머니의 미소는 감미롭다. 아울러 어머니는 세상의 그 어떠한 '슬픔'도 모두 녹여내는 용광로 같은 여인이다. 또한 그녀는 자식의 흠집 있는 잘못을 '용서'하면서 홀로 인내하는 흠결 없는 천의무봉 여인이다. 그래서 화자는 '이제 보고 싶어요/안아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무결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애틋하게 표현한다.

천의무봉 아버지에 대한 화자의 묘사는 더욱 극적이다. 그에게 아버지는 따스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 모습은 늘 아름답게 다가온다. 아버지는 보통 무뚝뚝한 이미지의 대상으로 그려지곤 하지만 화자에게는 그 반대가 사실이다. '그대는 참 따스하셨죠/아름다운 그 모습'. 아버지는 '언제나 내 걱정'만 하는 인물이다. 사시사철 오직 자식 염려만 한다. 그리고 '항상 열심히 살아가거라' 말하며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마치 타박타박 힘든 길을 걷고 있는 여인(旅人)에게 길동무의 격려가 큰 힘을 북돋워주듯이 말이다.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다.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다. 서서히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하는 순간이 온다. 이때 어깨가 축 처진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화자는 아버지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선다. '이제 힘이 되고 싶어요/친구되고 싶어요/쓸쓸한 당신의 뒷모습/제가 지켜드릴게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부문에서 빙판의 선녀 김연아의 흠결 없는 연기를 생생히 기억한다. 이는 빙판에 흠집 하나 남기지 않은 천의무봉에 버금가는 금빛 연기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시대 위대한 어버이와 아름다운 금수강산이야말로 천의무봉 그 자체이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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