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꽃의 이유

권성훈

발행일 2019-11-05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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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마종기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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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는 것은, 그 낯익음으로 잘 모를 때가 많다. 오히려 흔한 것일수록 마주하게 되는 일상에 가려서 그것에 대하여 깊이 있는 성찰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다음에 지금 가시밭길 같은 이 시간이 꽃 피는 자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도 그러하다. 또한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갈 때는 몰랐는데, 돌아올 때 그것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은 그만큼 살았다는 말이며, 아이러니하게도 돌아갈 길이 멀지 않았다는 말이 아닐까. 말하자면 '꽃이 피는 이유를' 그리고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지만 이제 와서야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작게 떠는 것"을, 혹은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잠에서 깨어나는/물 젖은 바람 소리"를 듣게 되는 것임을.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당신에게 묻는다.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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